국내 주요 이커머스인 11번가와 쿠팡이 상품 판매 수수료 문제를 놓고 대립하고 있다. 쿠팡이 자사 수수료율이 높지 않다고 주장하는 과정에서 경쟁사의 수수료율을 자의적으로 인용하면서다. 쿠팡은 이미 공개된 자료인데다 기준을 명시해 문제가 없다고 맞섰지만, 이커머스 업계에선 쿠팡이 무리하게 갈등을 유발하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11번가는 쿠팡을 표시광고법 및 전자상거래법 위반으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고 16일 밝혔다. 11번가 관계자는 “기업 이미지 손상과 판매자, 고객 유치에 큰 영향을 주는 중대한 사안이라 판단해 신고를 결정했다”며 “공정위 판단을 통해 공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는 시장 환경이 조성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제의 발단은 지난 3일 쿠팡이 한 언론 보도에 반박하면서 공개한 자료였다. 쿠팡은 “해당 보도에서 수수료 45%를 떼어간다는 주장은 허위 사실”이라며 주요 오픈마켓의 최대 판매수수료를 비교했다. 요약하면 11번가는 20%, 신세계(G마켓·옥션)은 15%의 수수료를 받는 데 반해 쿠팡은 10.9%에 불과한 수수료를 받고 있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11번가는 쿠팡이 언급한 자사 최대 판매수수료는 전체 185개 상품 카테고리 중 디자이너 남성·여성의류·잡화에 국한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나머지 상품군의 평균 명목수수료는 7~13% 수준이라는 설명이다. 11번가는 쿠팡 측이 일부 상품에만 적용되는 최대 판매수수료를 마치 전체 수수료인 것처럼 왜곡했다는 입장이다. 이는 부당한 표시·광고행위를 금지하는 표시광고법과 허위·과장 정보로 소비자를 유인하는 것을 금지한 전자상거래법을 위반이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은 경쟁사 데이터를 자사에 유리하도록 편집해 공표한 전례는 거의 없다고 입을 모은다. 또 해당 자료에서 쿠팡 측 수수료에만 부가가치세가 빠져 있어 상대적으로 수수료율이 낮아 보이는 착시효과도 있다고 보고 있다. 공정위가 지난해 발표한 2022년 유통거래 실태조사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몰 중 쿠팡의 실질 수수료율은 27.5%로 업계 평균치(12.3%)의 두 배가 넘는다.
업계 관계자는 “상품 카테고리마다 수수료가 다르고 변화 주기도 빠른데 쿠팡이 평균 수수료가 아닌 일부 품목의 최대 수수료 수치만 가져와 비교하는 것은 오인의 소지가 있다”고 했다. 이에 쿠팡 측은 “해당 공지는 각사의 공시된 자료를 기초로 작성됐고 최대 판매 수수료라는 기준을 명확히 명시돼 문제가 없다”고 했다.
쿠팡이 뚜렷한 근거 없이 기존 대형 유통사들이 혁신이 가로막히고 있다는 논리를 펴는 것도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쿠팡은 “쿠팡의 전체 유통시장 점유율은 4%에 불과하다”며 “대기업 계열 유통사들이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쿠팡의 혁신을 폄훼하고 있다”고 했다. 11번가는 매각 절차가 진행 중이지만 아직 SK 계열사다. 하나증권에 따르면 2022년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은 쿠팡이 24%로 가장 높고, 네이버쇼핑(23%) SSG닷컴(10%) 11번가(7%) 순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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