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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가장 부패한 분야’ 꼽힌 정당·의회… 한국 정치의 민낯


국민권익위원회의 2023년 부패인식도 조사에서 국민의 절반 이상이 우리 사회가 여전히 부패하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게 답한 비율이 재작년보다 높아졌는데, 그 배경에는 정치가 있었다. 응답자의 압도적 다수가 정당 및 입법기관을 11개 사회 분야 중 가장 부패한 곳으로 꼽았다. 지난해는 정치판의 치부를 보여주는 사건이 끊이지 않았다. 야당 대표가 여러 건의 부패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고, 전당대회에서 돈 봉투가 조직적으로 뿌려진 사실이 드러났다. 야당 의원은 사업하는 이에게, 여당 의원은 지방선거 공천을 바라는 이에게 부정한 돈을 받아 나란히 기소되기도 했다. 해마다 실시되는 이 조사에서 지난 몇 년간 정치권은 ‘가장 부패한 분야’ 자리를 내준 적이 없다.

국제투명성기구가 측정하는 부패인식지수(CPI)에서 한국은 2022년 기준 63점(100점 만점, 점수가 높을수록 부패 정도가 낮음)으로 180개 회원국 중 31위에 머물렀다. ‘절대 부패에서 벗어난 정도’인 50점대는 넘어섰지만, ‘사회가 전체적으로 투명한 상태’를 뜻하는 70점대에 한참 못 미친다. 80점대인 북유럽·싱가포르·독일, 오래전 70점대에 진입한 영국·일본·프랑스 등에 비하면 아직 진정한 선진국이라 할 수 없다. CPI가 10점 상승하면 경제성장률이 0.52% 포인트 높아지고, 연평균 5만명 이상 고용 창출 효과가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가 있었다. 10년 전 55점에 그쳤던 한국의 CPI가 60점대에 올라서며 비로소 선진국 문턱을 넘어설 수 있었듯이, 부패 근절은 경제와 직결돼 있다.

1인당 국민소득 3만5000달러 선에 정체된 한국 경제가 다시 도약하려면 더 투명한 사회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것을 이끌어야 할 정치권이 ‘가장 부패한 분야’에 둥지를 튼 채 발목을 잡고 있다. 정치판에서 고칠 게 한둘이 아니지만, 부정과 부패만큼은 반드시 뿌리 뽑도록 서둘러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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