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린이’ A씨는 수익을 두 배로 불려준다는 광고에 혹해 지난해 주식 리딩방에 가입했다. 투자 전문가가 가르쳐주는 대로만 하면 금세 부자가 될 것 같은 꿈에 부풀었다. 15년 차 주식 투자자 B씨도 1개월에 200만원 하는 유료 리딩방 결제를 고민하고 있다. 리딩방을 이용해 매달 4배씩 수익을 내고 있다는 지인의 말에 솔깃했기 때문이다.
주식·코인 호황기에 큰돈을 번 개인 투자자가 늘면서 ‘고수익’ ‘전문가’ 등을 앞세운 주식 리딩방이 활개를 치고 있다. 종목 선정에 자신이 없는 초보 투자자부터 고급 정보를 기대하는 베테랑 투자자까지 리딩방을 찾아 나서는 모습이다.
투자 종목과 매매 타이밍을 알려주는 채팅방인 리딩방은 초기에는 주로 무료 정보 제공으로 사람을 모은다. 이후 유료 전환을 유도하는 식으로 운영되는데, 가입비는 멤버십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한 달에 수백~수천만원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높은 가입비에도 정작 믿을 만한 리딩방은 많지 않다. 리딩방은 법적으로 유사투자자문업자에 해당하지만 금융 당국에 신고도 하지 않은 경우가 허다하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리딩방 운영자 관련 불법혐의 적발 건수는 지난해 상반기에만 119건에 달했고 이 중 미등록 투자자문 적발 건수가 97건(81.5%)을 차지했다. SNS 등을 중심으로 불법 리딩방이 빠르게 진화하면서 최소한의 자격조차 갖추지 않은 리딩방이 양산된 것이다.
피해는 고스란히 개인 투자자들에게 돌아간다. ‘고수익 창출’ ‘100% 환불 가능’ 등의 문구로 투자자들을 현혹하고 실제로는 투자금만 편취하는 미등록 업체의 투자사기 사건이 속출하고 있다. 가상의 홈트레이딩서비스(HTS)를 설치하게 한 뒤 투자금을 입금하면 잠적하거나, 투자 가치가 적은 가상자산·비상장주식에 대해 호재가 있다고 속여 판매하는 가짜 정보도 만연한다. 범죄는 더욱 대담해져 경제 전문가와 유명인을 사칭하기도 한다.
개인 투자자가 리딩방 매수 추천 종목을 다른 채널로 유포하거나 리딩방 운영자가 제공한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매매에 활용했다가 시세조종 혐의 등 금융 범죄에 연루될 수도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총선 테마와 관련해서도 근거 없는 루머 등을 이용한 리딩방 등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리딩방 정보는 기업 공시나 뉴스만 봐도 알 수 있는 수준”이라며 “투자자들이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직접 공부한다면 굳이 리딩방에 가입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준희 기자 zuni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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