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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대통령실 제2부속실

전석운 논설위원


대통령실의 부속실은 대통령의 일정을 총괄 관리하고 사적인 영역의 심부름까지 도맡아 하는 곳이다. 부속실장은 공식적으로 대통령 비서실장의 지휘를 받는 비서관 중 한 명이지만 언터처블이다. 최고권력자의 사생활을 꿰뚫고 있는 부속실장은 대통령의 절대 신임을 받는다. 대통령이 퇴근 이후 받는 전화는 부속실을 거친다. 정책보좌기능은 없지만 ‘문고리 권력’으로 불리는 부속실의 영향력은 상당하다.

제2부속실은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육영수 여사의 대외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처음 생겼다. 이후 제1부속실은 대통령, 제2부속실은 대통령의 배우자를 각각 보좌하는 기구로 분리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배우자가 없었으나 “소외계층을 살피는 민원창구로 활용하겠다”며 존치시켰다. 그러나 실상은 최서원(최순실)씨의 국정농단 창구였다.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 “대통령 배우자는 가족일 뿐 영부인이라는 말도 쓰지 말자”며 문재인 전 대통령이 되살린 제2부속실의 폐지를 약속했다. 대통령 부인에게 법 바깥의 지위를 관행화시키는 것이 맞지 않다는 논리였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제2부속실은 폐지된 게 아니라 부속실로 통합됐다. 김대기 전 대통령 비서실장은 지난해 5월 국회에서 ‘차라리 제2부속실을 부활하는 게 어떠냐’는 야당 의원들의 지적에 “부속실에 김 여사를 보좌하는 4~5명의 팀이 있다”며 “(지금처럼) 부속실에서 하면 된다”고 답변했다.

윤 대통령이 ‘김건희 특검법’을 거부한 이후 대통령실에서 제2부속실 분리를 추진하고 있다. ‘공약 파기’라는 지적이 있겠지만 김 여사가 전임 대통령들의 부인에 비해 홀대받을 필요는 없다. 공적인 역할을 하면서도 쉬쉬하는 것이 오히려 우습다. 대통령실이 김 여사를 위한 보좌팀을 ‘제2부속실’로 공식화하려면 그 이유와 실상을 국민들에게 솔직하게 설명하고 한계를 명확히 하면 된다. 기왕이면 명품백 논란을 해명하고 사과하는 것으로 시작하면 좋겠다.

전석운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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