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 게 이것밖에 없는데 당장 업종을 어떻게 바꿀 수 있겠어요.”
10일 오전 11시 서울 동대문구 청량리 경동시장 인근에서 18년간 보신탕 식당을 운영해온 최영훈(72)씨는 고기를 손질하며 이렇게 말했다. 전날 ‘개식용금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답답한 심정이라고 했다.
최씨 가게 주변의 보신탕 가게들마다 적막감만 흘렀다. 불 꺼진 식당, 간판만 남아있는 빈 식당도 눈에 띄었다. 최근 폐업한 보신탕집은 주차장이 됐다. 최씨는 “수십년 하던 걸 하루아침에 관두라고 하면 되냐”며 “업주들 사이에선 차라리 끝까지 버티다가 징역 받는 게 낫겠다는 말까지 나온다”고 말했다.
개식용금지법 국회 통과로 앞으로 식용 목적으로 개를 도살하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는다. 다만 관련 업체들이 전업하거나 폐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3년간의 유예기간을 줬다.
보신탕 업주들은 한숨을 내쉰다. 또 다른 보신탕집 사장 A씨는 “하루아침에 3년 시한부 통보를 받게 됐다”고 했다. 15년간 한자리서 식당을 해온 그는 “길어야 5~6년이면 사라질 사양산업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손님도, 사장도 나이가 많아 어차피 자연스럽게 사라질 텐데 굳이 법을 만들어야 했냐”며 원망감을 토로했다. 점심시간 동안 A씨 식당을 찾은 손님은 단 2명뿐이었다. A씨 등 업주들은 이전엔 50근짜리 육견 한 마리가 하루 만에 팔렸지만 이제는 3일이 걸린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신진시장 인근 보신탕 골목도 분위기는 비슷했다. 보신탕집 사장 김모(66)씨는 “법으로 통과됐는데 우리 같은 사람들이 어떻게 뒤집을 수 있겠느냐”고 한탄했다. 이곳 단골손님인 박모(75)씨는 “법이 통과돼 앞으로 (먹을 수 있는 날이) 얼마 안 남았구나 싶어서 왔다”며 “수십년간 이어져 오던 전통 음식을 하루아침에 못 먹게 하는 건 너무한 처사”라고 했다.
업주들은 “선택지가 없다”며 끝까지 버티겠다”고 입을 모았다. 업주들 상당수가 고령층이라 업종 변경이 쉽지 않은 데다 불경기까지 겹쳤다고 토로했다.
한 업주는 “전업하려면 간판부터 식기까지 싹 바꿔야 해 수리비만 3000만원 넘게 든다. 단골손님도 끊기고 자리 잡으려면 몇 년은 필요하다”고 했다.
서울 관악구에서 1991년부터 보신탕집을 운영하고 있는 B씨도 “당장 개를 기르는 사람이나 유통하는 사람이 뭘 먹고 살겠느냐”며 “법이 통과됐다고 셔터를 내릴 수는 없다. 단골손님들을 봐서라도 가능한 한 버텨봐야 되겠다”고 말했다.
정부가 마련한다는 지원 기준에 대해서도 우려가 크다. 한 업주는 “매출 기준으로 해준다는 건지, 업력을 따진다는 건지, 뭘 어떻게 구별해서 보상해준다는 건지 벌써 걱정이 크다”고 했다.
대한육견협회는 개 한 마리당 5년에 걸쳐 200만원 보상을 요구하고, 보상이 없으면 개 200만 마리를 용산 등에 방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신영 백재연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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