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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1·10 부동산대책은 시장 개혁과 같이 가야

아파트를 지은 지 30년이 넘었다면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을 시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절차를 간소화하기로 결정한 10일 서울 여의도 재건축 아파트 일대의 모습. 권현구 기자

국토교통부가 10일 발표한 ‘국민 주거안정을 위한 주택공급 확대 및 건설경기 보완방안(1·10 부동산대책)’은 침체된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한 공급과 수요 증진 방안을 망라했다. 공급에서는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가, 수요 쪽에서는 비아파트 활성화 방안이 눈에 띈다. 먼저 준공한 지 30년이 넘은 노후 주택은 사실상 안전진단 없이 재건축에 착수할 수 있도록 했다. 기존에는 안전진단 D~E등급을 받아야 재건축 절차에 들어갈 수 있었지만, 그 과정을 없애 재건축 기간을 대폭 단축하겠다는 것이다. 재개발도 지금은 30년 이상 된 건물이 전체의 66.7%가 돼야 사업이 시작되는데 이를 60%로 완화하기로 했다. 박상우 국토부 장관이 “재건축·재개발을 규제에서 지원 대상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지금까지의 부동산 공급 정책의 일대 변화를 알린 것이나 다름없다.

기본적으로 방향은 옳다. 현재 서울 주택 중 준공 30년이 넘은 노후 주택이 54%나 된다. 노후 주택을 재건축, 재개발하며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는 게 땅이 부족한 서울에 필요했는데 박원순 전 시장 재임 기간 이게 막혔다. 이로 인해 노후 아파트에 녹물이 나오는 등 재건축·재개발 지체에 따른 일반인들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몇년 새 이어진 신축 아파트 가격 급등도 이로 인한 부작용이다.

정부는 2년 내 지어지는 60㎡ 이하 주택, 오피스텔 등은 여러 채를 사도 주택수 산정에서 빼 각종 세제 혜택을 주기로 했다. 최근 전세사기와 고금리 등으로 거래가 안된 빌라 등 소형 주택 시장 부진이 심한 상황을 타개하겠다는 의지다. 실제 지난해 서울 빌라 경매는 18년 만에 가장 많을 정도로 거래가 침체됐다. 서민의 대표적 주거사다리 상황을 개선해야 부동산 시장이 안정될 것이라는 정부의 고민이 느껴진다.

하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이 가시화한 마당에 공급과 수요 모두 규제를 대폭 푸는 방침이 시장에 잘못된 신호를 주지 않을까 우려되는 것도 사실이다. 고금리가 지속돼 주택을 지을 주체인 건설업계 반등이 쉽지 않은데 공급과 수요 대책이 제대로 먹힐지 의문이다. 당국은 지난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예외 확대, 특례보금자리론 등의 정책을 섣불리 펴는 바람에 가계 부채 급등 및 PF 난맥상을 부채질한 바 있다. 원활한 공급과 수요를 견인하기 위해서라도 건설업계의 질서있는 구조조정이 중요하다는 정부 원칙이 확고해야 한다. 시장 개혁과 활성화는 동전의 양면이다. 섬세하고 치밀한 부동산 정책 마련과 실행이 어느 때보다 긴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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