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인 권종호 경위는 지난해 2월 ‘고독사는 사회적 타살’이라는 제목의 책을 썼다. 저자의 인식에 동의한다. 1인 가구 증가, 급속한 고령화, 경제 위기로 고립 가구와 고독사 문제는 심각한 사회적 위험이 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복지전달 체계를 강화하는 등 고독사 대응에 다각적인 노력을 하고 있지만 보건복지부의 2022년 고독사 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고독사 발생 건수는 3378명으로 2017년 대비 40% 증가했다. 50, 60대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으며, 남성 사망자가 여성의 5배 이상인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는 2020년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을 제정했다. 지자체들도 관련 조례 등 적극적인 예방 대책을 내놓고 있다. 서울시는 2022년 사회적 고립 가구 지원센터를 설립해 24시간 스마트돌봄 시스템을 운영하고 있다. 고립 가구 발굴을 위해 스마트플러그, AI 반려 로봇, 가스검침원, 집배원 안부 확인, 우리동네돌봄단 운영 등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고립 가구 발굴뿐 아니라 이들의 고립이 심화하지 않도록 어떻게 도울 것인가 하는 점이다.
첫째, 정부와 민간기관이 협력해 상시적인 발굴과 대응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정부·지자체의 주민등록 시스템 등 복지 데이터베이스와 1인 가구 실태조사 정보를 민간 복지기관에도 최소한의 범위에서 공유해야 한다. 최근 서울시 사회복지관에서는 고시원과 임대아파트 등 주거 취약지역을 사회복지사들이 주민들과 함께 찾아가 고립 가구를 발굴하고 지역 자원과 연결하고 있다. 이런 지역 밀착형 사업 등 민간 영역의 활동이 공공과 긴밀하게 연결될 수 있도록 다양한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둘째, 주민들의 관계망 형성이 중요하다. 고립 가구를 주위 이웃들이 조기에 발굴할 수 있어야 하며, 발굴 후에는 비슷한 처지에 있는 분들이 취미·여가 활동을 통해 지역 안에서 관계를 맺도록 지원해야 한다. 또한 신속한 발굴과 지원을 위해 동 단위 솔루션 사례 회의를 정례화하고 민관의 컨트롤타워 역할 합의와 일정 기간 모니터링도 필요하다.
셋째, 고립 가구에 대한 생애주기별 지원체계 마련과 지역사회 정신건강 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 고립된 청년 및 중장년과 어르신들이 세대 간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도록 지역사회의 노력과 지자체 생애주기별 담당 부서 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 또한 외로움. 우울 등 정신건강 문제가 증가함에 따라 사회복지기관에 정신건강사회복지사를 배치해 민간 자원의 활용과 정신건강 서비스를 통합적으로 제공하는 시범사업이 확대돼야 한다.
이와 같은 노력만으로 고독사가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적어도 사회적 고립은 국가의 책임이라는 인식이 필요한 시대다. 소외되고 고립되는 이웃들이 없도록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민간 복지기관과 지역주민들의 긴밀한 협업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김연은 서울시사회복지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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