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수학능력시험 문항이 대형 입시업체 ‘일타강사’와 짬짜미로 출제됐다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영어 지문이 사교육 강사가 만든 교재에 실린 것과 ‘판박이’였다는 의혹에 이어 수능 출제 시 중요 참고자료로 활용되는 EBS 수능 교재 초안에도 동일 지문이 실린 사실이 드러났다. 사교육 강사, 현직 교사로 구성되는 수능 출제진, EBS 교재 제작진 등이 유착된 정황으로 ‘우연의 일치’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교육계에 따르면 감사원은 2022 년 11월 시행된 2023학년도 수능 영어 23번 지문이 그해 나온 일타강사의 모의고사 문제집과 이듬해 출간 예정이던 EBS 수능 교재 초안에 들어간 경위 등을 감사하고 있다.
영어 23번 지문은 베스트셀러 ‘넛지’의 저자 캐스 선스타인 하버드대 로스쿨 교수가 출간한 ‘투 머치 인포메이션(Too Much Information)’에서 발췌됐다. 수능 직후 사교육 강사가 만든 모의고사 지문과 같아 논란이 일었다. 출제 당국은 ‘우연의 일치’라며 일축했다. 그런데 똑같은 지문이 EBS 수능 교재에도 실릴 뻔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EBS 수능 교재는 수능을 출제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감수하는데, 의혹이 제기된 뒤 최종본에선 빠졌다.
이 같은 지문 일치를 우연으로 보기는 어렵다. 일타강사 교재와 수능 출제 시기, EBS 수능 교재 제작 시기가 비슷하기 때문이다. 이 강사의 교재는 2022년 9월 중하순 나왔다. 당시 수능은 10월 초 합숙 출제가 시작됐으며, EBS 교재 초안에 대한 평가원 감수도 비슷한 시기에 이뤄졌다.
심지어 ‘투 머치 인포메이션’은 당시 국내에 출간되지 않았다. 책 분량 200여쪽 중 사교육 강사 교재와 수능, EBS 수능 교재가 모두 같은 단락을 활용했다. 해당 강사는 현직 교사들과 수능 모의고사 문항을 거래해 오다 경찰 수사를 받는 인물이다.
교육부는 이날 평가원, EBS 등과 긴급 대책회의를 갖고 수능과 수능 모의평가, EBS 수능 교재 전반을 재점검하기로 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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