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계상황에 내몰린 청년들이 겪는 고통은 금융이나 부동산 거래에서 비롯된다. 이들은 신축 빌라에 세 들어 살다가 전세사기의 직격탄을 맞고, 소액 급전대출로 불법 사금융의 늪에 빠지기도 한다. 코인이나 주식에 ‘빚투’(빚내서 투자)하다 실패한 사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다. 실패를 겪은 이들은 공통적으로 금융교육을 제대로 받아본 적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직장인 B씨(34)는 투자에 눈이 밝은 친구의 추천으로 전기차용 리튬이온 전지를 생산하는 코스닥 기업에 투자했다. 3년 전 모두가 주식시장에 뛰어들 때 삼성전자 주식을 몇 주 산 경험이 전부였지만 친구 말에 솔깃해 월급의 80% 정도를 들여 주식을 샀다. “전망이 좋다”는 말을 믿고 투자했지만 해당 종목은 하락을 거듭했다. 결국 주가는 반 토막 났다. B씨는 8일 “친구 말만 듣고 부화뇌동해서 주식을 샀는데 폭락하니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주식 공부도 안 하고 쉽게 돈 벌 생각에 투자한 내 탓”이라고 말했다.
세종시에 사는 노모(39)씨는 오피스텔 전세 만기를 앞두고 집주인으로부터 전세보증금을 돌려주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 주변을 수소문해보니 집주인은 세종에만 수백채의 오피스텔을 가지고 보증금 돌려막기를 하던 ‘업자’였다. 집값이 폭락하면서 세입자들에게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그는 이미 그 지역에서 유명인이었다. 사회생활을 하면서 이사를 6번 다녔던 노씨지만 전세보증금 미반환의 피해자가 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노씨는 “지금까지 부동산이 하라는 대로 계약했는데,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니 그동안 무사히 이사 다닌 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 정도”라며 “심지어 대출해준 은행에서도 ‘돈 많은 집주인이라 괜찮다’는 식으로 말했는데, 이제는 누구를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B씨와 노씨 모두 주식시장이나 부동산 임대차와 관련해 제대로 공부해본 적이 없다고 털어놨다. 노씨는 “부동산 계약과 관련한 간단한 지식 정도만 알았지 공인중개사가 하는 말도 무슨 말인지 모를 때가 많다”며 “전세금을 떼일 지경이 된 지금에서야 임대차 계약과 관련한 공부를 조금씩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교육 부재로 인한 피해는 불법 대출로 이어지기 쉽다. C씨는 휴대전화로 연락이 온 사채업자로부터 560만원을 빌린 뒤 980만원을 갚았다. 이미 고금리로 빌린 돈보다 많은 돈을 갚았지만 사채업자의 횡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C씨는 이자 포함 700만원을 추가로 갖고 오라는 요구를 들으며 매일 협박에 시달렸다. 사채업자는 대부계약 당시 C씨에게 요구한 지인 연락처를 통해 가족, 지인, 남편의 지인에 이어 자녀 학교 교사한테까지 연락을 했다. 사채업자는 C씨 주변에 “남편이 살인자다” “당신 연락처를 보이스피싱 업자에게 넘겼다” 등의 허위사실을 문자로 퍼뜨리기까지 했다.
투자 실패와 사기 피해의 결과는 참혹하다. 최근 채무조정(개인 워크아웃)을 신청하는 2030세대는 증가 추세다. 오기형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신용회복위원회에서 제출받은 ‘최근 5년간 채무조정 현황’에 따르면 2020년 1만2403명이던 20대 채무조정 신청자 수는 2022년 1만7264명으로 늘었다. 2년 새 39% 급증하며 전 연령층을 통틀어 가장 가팔랐다. 30대 채무조정 신청자 수도 같은 기간 16% 늘었다.
이들의 채무가 발생한 사유를 살펴보면 빚투 비율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20대의 채무 발생 사유 중 ‘재테크 시도’는 90건에 불과했지만 2022년에는 1243건으로 폭증했다. 연체 발생 사유로 ‘주식 등 투자 실패’를 원인으로 꼽은 응답도 매년 증가 추세다.
심희정 이광수 김준희 기자 simci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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