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으로 바위 깨기'는 성공할까. 글로벌 '공룡 기업' 애플과 미국 의료기기업체 마시모 간 애플워치 기술 특허분쟁에 대한 정보기술(IT) 업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단 미국 정부가 마시모의 손을 들어주며 마시모가 승기를 잡은 모습이다. 그러나 애플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소송전을 불사하겠다고 나서면서 양측 분쟁은 장기전 국면에 들어섰다. 마시모도 애플로부터 절대 물러서지 않겠다며 항전 의지를 다지고 있다.
퇴로 없는 특허 전쟁
3일 IT업계에 따르면 마시모는 애플과의 특허 전쟁에서 물러서지 않고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마시모의 조 키아니 CEO가 “애플과 싸움을 벌이며 30년간 쌓은 마시모의 미래를 걸었다”고 말했다고 지난해 12월 30일(현지시간) 전했다.
마시모는 그동안 애플과의 소송전에 약 1억 달러를 지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마시모의 2022년 순이익이 1억4000만 달러인 점을 고려하면 엄청난 부담을 떠안은 셈이다. 하지만 키아니 CEO는 패소해 손해를 보더라도 끝까지 싸우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기업이 나쁜 짓을 계속하는 것을 바꿀 수 있다면 (물러나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것이) 내가 이 세상에 기여할 수 있는 가장 큰 업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마시모는 1989년 설립된 의료기기업체다. 2022년부터 소비자용 기기 사업에 진출해 웨어러블 시장에 출시했다. 마시모는 애플이 ‘인력 빼가기’ 방식으로 자신들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주장한다. 마시모는 2013년 혈중 산소 측정 기기를 전시회에서 공개했고, 협업을 위해 애플 측과 만났다고 한다. 이후 애플은 마시모 측 해당 기술 분야의 임직원을 채용했고, 이들 이름으로 2019년 특허를 등록해 애플워치에 탑재했다. 애플은 2020년 출시한 애플워치 시리즈6에 이 기능을 처음 도입한 뒤 시리즈 7, 8 및 울트라에 계속 적용했다.
애플 워치의 운명은
마시모는 2021년 애플에 대해 특허 침해 혐의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0월 ITC는 애플 워치 신제품이 마시모의 특허를 침해했다고 판단하며 중국에서 제작하는 애플 워치의 미국 수입을 금지했다. 이후 미국 무역대표부(USTR)가 별도의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으면서 애플워치의 미국 내 판매 금지가 확정됐다.
미국 정부가 애플에 대한 제재를 받아들인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2013년 ITC는 애플이 삼성전자의 3G 이동통신 관련 특허를 침해했다고 보고 아이폰4 등의 미국 수입 금지를 명령했었다. 하지만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판매 금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IT업계에서는 이번에 미국 정부가 애플에 대한 제재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해석한다.
마시모가 과거 특허 분쟁에서 승리한 전적이 있어 애플 입장에서도 쉽지 않은 싸움일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마시모는 2006년 경쟁 의료기기업체 넬코와의 특허 침해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이를 통해 라이센싱 비용 8억 달러를 받아냈다. 2016년에는 필립스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해 3억 달러의 합의금을 받아냈다. 이후 기술 라이센스 협약까지 맺어 현재까지 약 10억 달러의 매출을 올렸다.
애플도 소송을 제기하며 반격에 나섰다. 지난해 12월 27일 연방 순회항소법원은 소송 진행 기간 수입금지 명령을 보류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애플워치의 운명은 최종 판결에서 가려질 예정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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