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금투세, 시행도 못해보고 사라질 위기… ‘부자감세’ 비판 불가피

尹, 증시 침체·투자이탈 등 이유

2년 유예됐지만 尹 정부 기조 변화
당장엔 투자 시장 훈풍 가능성
野 “전체 0.9% 20만명만을 위한 것”

윤석열 대통령이 2일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2024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개장 신호 버튼을 누른 뒤 참석자들과 함께 손뼉을 치고 있다. 왼쪽부터 서유석 한국금융투자협회장, 유의동 국민의힘 정책위의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윤 대통령,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김지훈 기자

내년부터 시행이 예정됐던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과세는 윤석열 대통령의 발표로 시작도 하기 전에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세금 부담으로 인한 증시 침체와 투자자 이탈이 명분으로 작용했다. 당장 투자 시장에는 훈풍이 불 수 있지만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완화에 이어 잇따른 ‘부자 감세’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2일 금투세를 “증시 침체나 투자자 이탈 등 부작용을 초래할 제도”라고 규정했다. 정부가 공매도 금지,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를 시행한 것을 성과로 평가하며 자본시장 규제 혁파로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고도 강조했다. 국내 증시 부진이 기관·외국인 투자자에 유리한 공매도 제도와 개인 투자자의 세 부담 때문이라고 본 것이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이날 증권·파생상품시장 개장식에서 “불법 공매도의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공정한 거래환경을 위한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문재인정부가 2020년 6월 ‘금융세제 선진화 방안’ 중 하나로 추진한 금투세는 2020년 12월 국회 문턱을 넘었다. 주식·채권·펀드·주가연계증권(ELS) 등 모든 금융투자상품에 투자해서 생긴 수익에 20~25%의 세금을 매기는 내용이다. 과세표준 3억원 이하는 20%, 3억원 초과는 25%의 세율이 적용된다. 국내 주식은 5000만원까지, 그 밖의 금융상품은 250만원까지 공제된다.

당시 여야는 금투세를 2023년부터 도입하기로 했지만 윤석열정부 들어 정부 기조가 바뀌었다.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서 이를 2년 유예한다고 밝힌 것이다. 여론이 기울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유예에 찬성하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민주당 내에서 이를 두고 의견이 대립했지만 결국 여야 합의로 시행은 2025년으로 미뤄졌다.

정부·여당은 금투세 유예와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를 동시에 추진하려 했지만 야당 반발에 막혀 금투세 유예만 합의했다. 하지만 1년 만인 지난해 말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도 결국 시행됐다. 대주주 기준이 10억원에서 50억원으로 높아지면서 주식 양도세 대상은 70%가량 줄게 됐다.

정부는 금투세 폐지나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가 부자 감세는 아니라는 입장이다. 금투세를 시행하면 과세 대상 인원이 15만명으로 추산되는데, 일반 투자자도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기대수익률이 100%라면 5000만원만 투자하더라도 잠재적 과세 대상에 포함된다는 논리다. 하지만 5000만원 이상 수익 기준은 대다수 개인 투자자에게 해당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대주주 양도세 기준 완화 역시 연말 과세 회피를 위한 ‘매도 폭탄’을 막아 개인 투자자 전체의 피해를 막을 수 있다는 논리였다. 다만 과세 기준일을 코앞에 두고 정책을 발표하는 바람에 실효성은 크지 않았던 것으로 분석된다.

야당은 금투세 폐지 철회를 요구하고 나섰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2019~2021년 수익 5000만원 이상을 거둔 투자자는 20만명으로 전체 투자자 중 0.9%에 불과하다. 금투세 폐지가 의미하는 것은 초고소득자들에 대한 대규모 감세 혜택”이라고 말했다. 이어 “극소수의 주식 부자들에게 막대한 세금 혜택을 주는 것은 선거용 포퓰리즘일 뿐 어렵게 이뤄낸 국회 합의도, 자본시장의 건전성도, 조세 정의도 저버리는 퇴행적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심희정 기자 simcity@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