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총수와 최고경영자(CEO)들이 2024년 국내외 경제 상황을 ‘안갯속’이라고 규정하며 기업 경쟁력 강화를 주문했다. 이들은 신년사에서 인공지능(AI) 시대에 걸맞은 혁신과 주력 부문에서의 성장 동력 확보를 강조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1일 신년사에서 “새해 경영환경은 녹록지 않을 것”이라며 “모두가 ‘해현경장(解弦更張)’의 자세로 경영시스템을 다듬어 나가자”고 말했다. 해현경장이란 바른 음을 내기 위해 거문고의 줄을 고쳐 맨다는 뜻으로 변화와 개혁을 강조하는 표현이다. 최 회장은 “많은 나라가 기후위기, 질병, 빈곤 등을 해결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우리가 해결책을 제공한다면 우리에게 더 큰 신뢰를 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그룹은 친환경 에너지, AI·디지털, 바이오 등 인류 난제를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사업을 하고 있다”며 “이해관계자들이 필요로 하는 ‘토탈(total)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권오갑 HD현대 회장은 ‘국가대표의 자세’를 주문했다. 권 회장은 “내년 세계 경제성장률은 올해보다 낮아진 2%, 한국은 그보다 낮은 1% 후반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한다”며 “생존을 위해서는 최고의 제품을 만들어야 하고, 우리는 그 제품을 만드는 국가대표라는 생각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권 회장은 “그러기 위해서는 적당히 평균만 하면 된다는 안이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며 “상상하지 못할 변화를 만들기 위해 항상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민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의 신년사 키워드는 ‘미래’였다. 박 회장은 “미래를 위한 도약을 과감히 시도하려면 현재 딛고 있는 발판을 더 단단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원전 분야 사업 기회 확보, 해외 가스터빈 시장 개척, 건설기계 분야 신기술로 새로운 수요 창출, 반도체 및 전자소재 산업 변화 대응, 협동로봇 경쟁자와 격차 확대 등을 언급했다. 또 “AI 발전을 비롯해 자동화, 무인화, 스마트화 등 디지털기술 변화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미래 동력 확보는 고사하고 현재 경쟁에서도 순식간에 뒤처질 수 있다는 사실을 유념해야 한다”고 말했다.
에코프로 송호준 사장의 신년사는 기술에 방점을 찍었다. 송 사장은 “하이니켈 기술을 더 고도화하고 미드니켈, LFP 기술은 더욱 발전시켜서 ‘기술 쿠데타’를 일으키는 한 해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경영환경이 악화하면서 준비된 회사, 경쟁력을 갖춘 플레이어만 생존할 수 있는 시장으로 바뀌고 있다”며 “엄혹한 현실 앞에서 기술 리더십이 없으면 시장의 승자가 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오는 3일 기아 오토랜드 광명 2공장에서 열리는 신년회에서 신년사를 발표한다. 삼성전자는 한종희 부회장과 경계현 사장 주재로 2일 시무식을 열고 신년사를 공개할 예정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지난달 20일 일찌감치 영상 신년사를 공개했다.
황민혁 기자 okj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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