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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입 개편, 모든 걸 잘하는 게 정말 좋을까

송주빈 경희대 입학처장


지난달 27일 교육부는 2028 대입 제도를 확정해 발표했다. 고교 내신은 5등급 상대평가와 절대평가를 병기하는 것으로 바뀐다. 단 융합선택 과목 중 사회와 과학 9개 과목 등은 절대평가만 한다. 수능은 현재와 같이 9등급 상대평가를 유지한다. 학생들은 외국어를 제외하고 모두 같은 과목으로 시험을 치른다. 국·영·수 과목은 일반선택 과목이, 그리고 사회와 과학은 1학년 공통과목인 통합사회와 통합과학이 출제 범위다. 미적분II와 기하는 수능에서 제외된다. 대입 전형은 학생부종합, 학생부교과, 논술, 실기·실적 및 수능으로 유지된다.

한편 대학들은 학과와 계열별로 신입생을 모집하던 방식에서 이르면 2025학년도부터 광역 모집과 자유전공 모집을 정원의 30% 내외로 개편하고 이를 확대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대학 입학 후 전공을 선택할 기회를 더 많이 얻게 된다. 내신으로 선발하는 학생부교과전형은 최상위권 모집 단위에서 최소한의 변별을 위해 전형의 변화가 불가피하다. 미적분II와 기하는 이공계 학과 공부를 위한 기본적인 교과 역량이기 때문에 대학들은 수능 위주 전형에서 수능 성적과 함께 학생부를 보완적인 평가 요소로 활용할 것이다.

대입을 둘러싼 이러한 큰 변화는 수험생들에게는 달갑지 않다. 예측이 불가능해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불안하다. 올해 중학교 3학년이 되는 학생들은 어느 고교에 진학해야 대입에 유리할지 큰 고민에 빠졌다. 상위 10%로 정해진 내신 1등급 경쟁은 더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학생들은 자신이 수시에 적합한지 정시에 적합한지 판단해 한 전형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었다. 선택 과목에 따른 유불리 문제와 과목 쏠림 현상은 있었지만 학생들은 나름대로 자신이 문과 또는 이과 성향인지를 판단해 수능 과목을 선택했다. 자신이 잘하는 것을 더 잘하게 집중할 수 있는 장점은 있었다. 그러나 2028학년도 수능부터 학생들은 모든 과목을 잘 해내야 한다.

앞으로 대학은 대입 전형을 잘 설계해야 하고, 고교는 고교학점제의 취지를 잘 살려야 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대학은 대학 입시가 공교육을 살리고 학생들의 미래 역량을 깊이 있게 학습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를 원한다. 대학은 미래세대가 국제 사회를 이끌 리더십을 갖추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창의적 역량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도록 동기를 부여해야 한다. 공정성에만 치우쳐 수능 점수라는 유일한 잣대로만 평가해 학생들이 무한반복 학습에만 매달리게 하는 것도 바람직한 방향이 아니다.

고교는 학생들이 깊이 있는 학습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 내신등급에 유리한 대형 과목만 개설한다든가, 등급이 기록되지 않는 소인수 과목으로만 선택 과목을 운영하거나, 선택 과목에서 수능시험 범위만을 반복해 학습시키는 것은 학생들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대입 자료로서 학생부의 신뢰성을 스스로 훼손할 우려가 있다. 고교는 모든 학생이 수긍할 수 있도록 교사의 학교생활기록부 작성의 공정성을 높이는 노력도 지속해야 한다.

학생들은 교과 내신, 탐구활동, 수능, 어느 것 하나도 소홀히 할 수 없다. 고교학점제는 학생에게 많은 과목 선택권을 준다. 반면 학생들은 수능에서 모든 과목을 잘해야 하는 모순적인 상황으로 인해 더 큰 부담을 갖게 됐다. 고교 교육을 내실화하고 학생들의 학습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가 수능에서 변별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지 말고 오히려 학교 공부만으로 충분히 풀 수 있는 문제를 내자는 의견에 귀 기울여 볼 필요가 있다. 대학은 수능을 학생이 대학 수학을 위한 기본적인 교과 역량을 갖췄는지를 평가하는 하나의 전형 요소로 활용하면 된다.

송주빈 경희대 입학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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