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처음으로 대법원이 원청업체 대표에게 실형을 확정한 사례가 나왔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해 하청 근로자가 숨지는 사고가 날 때 원청업체 대표를 처벌하는 해당 법이 시행된 지 2년 만이다.
대법원 3부(주심 오석준 대법관)는 28일 중대재해법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한국제강 대표이사 A씨에게 징역 1년, 법인에 벌금 1억원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 재판은 지난해 3월 경남 함안 한국제강 공장에서 60대 협력업체 근로자가 설비 보수 작업을 하다 크레인에서 떨어진 1.2t 무게 방열판에 다리가 깔려 사망하면서 불거졌다. 크레인의 낡고 해진 섬유벨트가 끊어지면서 방열판이 추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원청 경영책임자인 A씨는 중대재해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중대재해 사고 책임자를 어떻게 처벌할지를 두고 검찰과 법원의 입장은 엇갈렸다. 검찰은 A씨가 안전보건총괄책임자로서 산재 예방을 위한 작업계획서 작성 등 조치를 하지 않은 ‘산안법 위반 행위’와 경영책임자로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하지 않은 ‘중대재해법 위반 행위’라는 별개의 범죄를 저질렀다고 보고 기소했다. 이 경우 복수의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간주해 가장 무거운 죄의 형량을 기준으로 1.5배 가중 처벌된다.
반면 법원은 이들 범죄가 ‘근로자 사망 사고’라는 1개 행위에서 비롯된 하나의 범죄라고 판단했다. 이 경우 기소된 여러 개 범죄 중 가장 형량이 무거운 범죄로 처벌한다. 한국제강 사건 1·2심도 3개 범죄 중 가장 형량이 무거운 중대재해법을 적용해 A씨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고, 대법원도 이를 수긍했다. 대법원은 “두 법의 목적이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중대재해를 예방하고 근로자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판단에 따르면 검찰의 기소 기준보다 처벌이 가벼워질 수 있다. 다만 중대재해법이 없던 시절보다는 강한 처벌이 내려질 여지가 생겼다는 게 법조계 평가다. 대법원 관계자는 “사건마다 구체적 사정이 달라 일률적으로 얘기할 수는 없다”면서도 “근로자 사망 사고에서 산안법보다 법정형이 더 무거운 중대재해법이 우선 적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처벌이 예전보다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A씨에게 실형이 선고된 데는 한국제강의 산재 사고 전력이 중요하게 고려됐다. 한국제강에서는 중대재해법 시행 직전인 2021년 또 다른 근로자 사망 사고가 있었고, 관련 수사를 받던 중에도 안전조치 의무 위반 사실이 적발됐다. 1심은 “중대재해법 입법 목적에 비춰 엄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다만 이 부분에 대한 대법원 심리는 이뤄지지 않았다.
법무법인 세종의 김동욱 변호사는 “중대재해법 제정 취지나 목적에 따라 엄벌해야 한다는 내용에 대한 대법원 판단까지 이뤄져야 하급심의 형량 판단에도 실질적인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형민 양한주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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