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가 챗GPT 개발사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MS)를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생성형 인공지능(AI)을 훈련하는 과정에서 자사 저작물을 무단 사용했다는 주장이다.
미국 언론사가 AI 기업을 상대로 저작권 침해 소송을 제기한 것은 처음이다. 대규모 언어모델(LLM) 훈련에서 뉴스 콘텐츠의 가치를 정의하는 선례가 될 수 있어 재판 결과에 관심이 쏠린다.
NYT는 27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 연방지방법원에 소장을 제출하며 “자사가 발행한 수백만건의 기사가 자동화된 챗봇 훈련에 활용됐고, 이제 챗GPT 챗봇은 신뢰할 만한 정보 제공자로서 우리와 경쟁해 서비스 제공 능력을 위협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오픈AI 등은) 대체 제품을 만드는 데 NYT 저작물을 허가나 대가 없이 사용, 저널리즘에 대한 막대한 투자에 무임승차하려 한다”며 “고유한 가치가 있는 저작물의 무단 복제 및 사용과 관련해 수십억 달러의 법적 손해와 실제 손해를 보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구체적인 소송가액은 명시하지 않았다.
NYT는 “챗봇은 시사 문제나 기타 뉴스 가치가 있는 주제에 대해 질문을 받으면 NYT 저널리즘에 기반한 답변을 생성할 수 있다”며 “독자들이 챗봇 답변에 만족하고 NYT 웹사이트 방문을 거부해 광고·구독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는 웹 트래픽의 감소가 우려된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이 저작권 침해 문제를 넘어 생성형 AI의 등장으로 인한 미디어 생태계 위협 문제까지 다루고 있다는 의미다. NYT는 소장에서 챗GPT를 뉴스 비즈니스의 잠재적 경쟁자로 지목했다.
그간 AI 업체들은 ‘공정이용’ 조항에 따라 개방된 인터넷 공간에서 구할 수 있는 출판물을 AI 훈련에 사용할 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공정이용은 저작권자의 허가를 구하지 않고서 저작물을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적 개념이다.
이에 대해 NYT는 AI 도구가 자사 뉴스 기사의 문장을 거의 그대로 제공할 수 있어 공정이용 조항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실제 챗GPT로 구동되는 MS 빙은 NYT의 제품 리뷰 사이트인 와이어커터 내용을 거의 그대로 옮겨 적었다고 NYT는 설명했다. 또 챗봇이 잘못된 정보를 삽입한 후 출처를 잘못 표시하는 현상인 ‘AI 환각’ 문제도 언론사 브랜드 이미지를 손상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NYT는 “지난 4월 MS와 오픈AI에 지적 재산 사용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상업적 계약과 생성형 AI 제품에 대한 기술적 가드레일을 포함한 원만한 해결 방안을 모색하려 했으나 협상은 타결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오픈AI는 일부 언론사와 저작권 관련 계약을 맺기도 했다. 지난 7월 AP통신과 라이선스 계약을 체결했고, 최근 폴리티코와 비즈니스 인사이더 등을 보유한 미디어그룹 악셀 스프링어와 뉴스 사용 계약을 맺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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