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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배우 이선균의 죽음… 마약 증거없는 공개 수사 신중해야

배우 이선균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이 27일 서울 종로구 와룡공원 인근에서 견인차에 실리고 있다. 이씨는 이날 이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연합뉴스

마약 투약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던 배우 이선균씨가 27일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경찰이 지난 10월 19일 내사에 착수했다고 밝힌 지 2개월여 만이자 그를 세 번째 공개소환한 지 나흘 만이다. 아카데미 작품상을 수상한 영화 ‘기생충’과 인기 드라마 ‘나의 아저씨’ 출연 등으로 명성을 얻은 이씨가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것은 충격이다. 경찰 수사에 억울함을 호소하던 이씨가 유서 같은 메모를 남겼고, 시신이 발견된 차량의 흔적으로 볼 때 그의 죽음은 자살로 판단된다. 경찰은 강압수사가 없었다고 강조하지만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섣불리 공개수사를 벌이면서 망신주기식 조사를 거듭한 것이 이씨의 비극을 초래하지 않았는지 돌이켜보기 바란다.

이씨는 경찰에 출두하면서 ‘죄송하다’며 연신 고개를 숙였다. 그러나 마약검사 결과가 잇따라 음성으로 나오면서 경찰 수사에 의구심이 들게 만들었다. 간이검사는 물론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두 차례 감정에도 이씨의 몸에서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았다. 경찰이 이씨를 입건한 단서는 유흥업소 실장 A씨의 진술뿐이었다. 이씨는 A씨의 협박에 3억5000만원을 건넸으나 자신이 흡입한 물질이 마약인 줄은 몰랐다고 해명했다. 누구의 말이 맞는지 진실을 가리는 건 수사기관의 몫이다. 중요한 건 이씨가 흡입한 물질이 마약인지 아닌지를 규명하지 못한 채 처벌하기는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마약은 투약 종류에 따라 처벌 강도가 달라진다. 무슨 마약을 복용했는지는커녕, 마약인지 아닌지도 모르는 물질을 흡입했다는 이유만으로 기소할 수는 없다.

경찰은 A씨의 진술에 따라 유명 가수 지드래곤도 입건했으나 그가 강하게 혐의를 부인한데다 마약검사에서 음성이 나오자 수사를 종결했다. 그러나 경찰은 유독 이씨에 대해서는 세번이나 소환조사를 벌였고, 지난 23일 조사에서는 19시간 동안 심문을 벌이는 등 강도 높은 수사를 이어갔다. 이씨의 석연치 않은 행동이 경찰의 의심을 살 수는 있으나 물적 증거도 없이 공개소환과 강제수사를 이어간 건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공개 수사를 남발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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