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태원의 메디컬 인사이드] 공공형 디지털헬스케어를 응원한다


얼마 전 ‘디지털헬스케어, 공공이 이끈다’ 기획 시리즈 취재차 지방의 보건소 몇 곳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다. 디지털 기술은 지역사회 공공의료의 최전선인 보건소에도 새로운 무기가 되고 있음을 확인했다. 과거 지역 보건소의 금연·절주, 영양, 신체활동, 비만예방 같은 건강증진 서비스를 받으려면 직접 방문하거나 단체로 모여 하는 ‘아날로그 방식’이 대부분이었다. 2016년 보건소에 모바일 헬스케어가 도입되면서 풍경이 많이 달라졌다.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건강관리 서비스, 이른바 ‘내 손 안의 보건소’가 시발점이 됐다. 건강관리를 원하는 지역민은 보건소에 가지 않고도 전용 앱을 통해 맞춤형 영양·운동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지난 7년간 이를 통해 잘못된 건강 행태를 고치고 건강 위험요인을 줄이는 성과를 거뒀다. 지역민의 반응이 좋아 현재 전국 보건소의 77%가 참여하고 연말까지 누적 참여자는 11만명에 달한다. 모바일 헬스케어는 아동청소년 비만 관리, 취약층 노인 돌봄으로까지 확대됐다.

일부 보건소는 금연·절주 교육, 장애인 재활치료 등에 3차원 가상세계 플랫폼인 메타버스를 도입했다. 최근 급부상한 생성형 인공지능(AI)인 챗GPT 활용을 고민하는 보건소도 있다. 코로나19 대유행이 보건소 디지털헬스케어 활성화의 기폭제가 됐다.

올해 9개 보건소는 고혈압, 당뇨병 등 만성질환 관리에 모바일 헬스케어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실증 연구를 새로 시작했다. 기존 건강 위험군(비질환자) 대상에서 만성질환자로 전선을 넓힌 것이다. 만성질환은 꾸준한 처방약 복용 외에 식이·운동 실천 등 생활습관 교정과 개선을 통한 2차 합병증, 중증의 심뇌혈관질환 예방이 중요하다. 6개월간의 실증 연구 결과 환자들의 건강 행태는 물론 혈압, 혈당, 콜레스테롤 수치 등 질환 관련 지표의 뚜렷한 개선이 확인됐다.

정부는 2019년부터 환자가 다니는 동네 병의원, 즉 일차의료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 시범사업을 해오고 있다. 혈압과 혈당 조절률 향상 등 성과를 내곤 있지만 의료기관 참여가 부실하고, 운영 또한 매끄럽지 못하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병의원에선 비용 문제로 환자의 건강생활을 교육·상담할 코디네이터 등 전담 인력 확보가 쉽지 않다. 이런 부족한 부분을 보건소의 모바일 헬스케어로 메울 수 있음에도 그간 병의원은 보건소와 협업을 꺼려 왔다. 보건소에 환자를 빼앗긴다는 인식과 서비스 질에 대한 불신 때문이다.

다행히 이번 보건소 주도의 모바일 만성질환 관리 실증 연구에선 소수이긴 하지만 동네의원과 보건소가 협업한 희망적인 사례가 나왔다. 보건소가 지역 의사회, 동네의원들과 끊임없이 소통하고 참여 의원들 또한 마음의 문을 열고 호응했기 때문이다. 공공과 민간이 신뢰를 쌓으면 시너지를 낼 수 있음을 보여줬다.

정부는 병의원 중심의 만성질환 관리를 밀고나갈 분위기다. 일부 서비스를 개선해 내년 하반기 본사업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다만 의사들 눈치를 너무 보는 것 같아 아쉽다. 이런 정부의 자세는 공공과 민간을 편가를 수 있다. 그러기보다는 두 영역 간 소통을 늘리고 보건소의 서비스 질을 더 높여 서로 불신을 해소함으로써 협업·상생하는 사례가 확산되도록 적극 지원하는 게 정부가 할 일이지 않을까.

안타깝게도 내년엔 정부의 보건소 모바일 서비스 예산이 전액 삭감돼 통합건강증진사업의 일환으로 시행된다. 초고령사회, 지방소멸 위기에 당면 과제인 만성질환 관리가 통합과 효율에 치우쳐 획일적으로 추진되는 느낌이다.

만성질환의 예방과 관리를 이분법으로 나누어 수행하기엔 어려움이 있다. 그래서 민간과 공공의 유기적 조화가 중요하다. 오롯이 지역주민, 국민 건강을 중심에 둔 정책 추진이 필요하다. 새해에도 보건소 공공형 디지털헬스케어의 활약을 기대하고 또 응원한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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