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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화재 무방비 노후 아파트, 안전 설비 보강 서둘러야

성탄절 새벽 화재가 발생한 서울 도봉구의 한 아파트에서 26일 화재감식요원이 불에 탄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윤웅 기자

성탄절 비극이 벌어진 서울 도봉구 아파트는 2001년 완공된 노후 건물로 비상용 피난기구인 완강기 등 화재 안전 설비가 없었다. 아파트가 화마에 휩쓸린 크리스마스 새벽, 7개월 된 딸을 안고 4층에서 몸을 던진 30대 아버지는 끝내 깨어나지 못했다. 완강기가 있었다면 베란다에서 뛰어내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둘째가 태어나 같은 단지 18평에서 30평으로 옮겼다고 기뻐한 지 6개월 만이라고 한다. 안타까운 죽음이 아닐 수 없다.

이 아파트는 준공 당시 소방법에 따라 16층 이상에만 스프링클러가 설치돼 있어, 초기 진화가 쉽지 않았다. 게다가 연기나 불꽃의 확산을 막는 방화문은 모두 열려 있었다. 이 때문에 발화지점인 3층에서 발생한 연기가 계단을 타고 빠르게 상층으로 향했다. 11층에선 가족을 모두 대피시킨 후 마지막으로 탈출하려던 30대 남성이 연기에 질식해 숨졌다. 완강기와 스프링클러 미설치에서 보듯 노후 아파트는 화재에 거의 무방비 상태로 놓여 있다. 안전 설비 보강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다.

2004년 소방법이 개정된 이후 스프링클러 설치 등이 의무화됐지만, 해당 규정은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2005년 이전에 완공된 아파트는 소방안전점검 시 확인하는 설비인 소화기·스프링클러·화재감지기·가스누설 경보기·완강기·내림식 사다리·경량칸막이 등을 대부분 갖추지 못했다. 서울시에만 약 200만 가구가 화재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것이다.

아파트 차원에서 이런 설비를 추가로 설치하려고 해도 관리비 인상 부담 때문에 주민들이 꺼리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안전이다. 화재가 발생해 생명을 잃거나 크게 다친 후 후회해야 아무 소용이 없지 않은가. 비용을 들여서라도 만에 하나의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노후 아파트의 화재 장비 설치를 유도하고 강제할 필요성이 있다. 또 예산을 투입해 설치 지원에 나서는 것도 적극 고려해야 한다. 화재 사고가 잦은 겨울철을 맞아 방화문 등 화재 설비를 점검하고 보강을 서둘러야 할 것이다. 불편과 비용을 감수하더라도 안전을 최우선에 놓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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