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간 총 근로시간이 52시간을 넘지만 않으면 연속적 야근과 밤샘 근무도 위법하지 않다는 취지의 첫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한 주에 2~3일 몰아서 일하고, 나머지는 쉬는 주 단위 유연근무제 확산 등의 파급효과가 예상된다. 노동계에선 ‘초압축노동’을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근로기준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청소업체 대표 A씨에게 벌금 1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일부 무죄 취지로 서울남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5일 밝혔다.
A씨는 2013~2016년 근로자 B씨에게 주 연장근로 한도를 총 130회 초과해 일하게 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B씨는 통상 3일 연속 근무 후 하루를 쉬는 ‘집중근무’ 형태로 일했다. 당시는 현행 주 52시간제 도입 전으로 1주 근로시간 한도는 기본 40시간, 휴일근무 16시간, 연장근무 12시간을 합쳐 68시간이었다. B씨는 휴일근무를 하지 않아 한도가 52시간이었고, 2018년 시행된 현 제도(휴일근무까지 합쳐 주 52시간 한도)와 최대 근로시간 조건은 같다.
법원에선 근로기준법상 연장근무 한도인 1주 12시간의 계산법이 쟁점이 됐다. 앞서 1·2심은 하루 법정 근로시간 8시간을 초과한 시간을 각각 합산했다. 이는 고용노동부가 유지해온 해석이다. 예를 들어 하루 15시간씩 주 3일 근무했다면 연장근무는 하루 7시간씩 총 21시간으로 계산된다. 이 경우 1주 연장근무 한도 12시간을 초과해 위법이 된다.
반면 대법원은 1주간 기본 40시간을 초과한 근로시간을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첫 판단을 내놨다. 앞선 사례의 경우 주 3일 총 45시간을 근무한 것이라 연장근무는 5시간이 된다. 12시간 한도를 초과하지 않는 셈이다. 대법원은 이런 계산에 따라 2심이 유죄로 인정한 혐의 중 일부는 무죄 취지로 봤다.
법무법인 화우 노동그룹장인 오태환 변호사는 “처벌 범위가 명확해야 하는 형사 사건에서 주간 근로시간이 총 52시간을 넘지 않으면 처벌할 수 없다는 한계를 제시한 것”이라며 “사용자 입장에서는 주 단위 집중 초과근로를 활용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준 판결”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연장근무의 유연성을 보장했다는 긍정적 반응이 나왔다.
반면 노동계에선 연장근로를 몰아넣는 방식이 가능해져 근로자 건강권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판결대로라면 법적 휴게시간을 뺀 하루 21시간30분씩 이틀 연속 근무해도 위법이 아니게 된다. 한국노총은 논평을 내고 “하루 8시간을 법정 노동시간으로 정한 법 취지를 무색케 한 것”이라며 “시대착오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하루 근로시간 상한 등 입법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이번 판결이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노동 현장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전문가와 현장 의견을 들어볼 계획이다. 고용부 관계자는 “행정해석 변경 여부를 신중히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대법원은 민사 사건의 수당 계산은 달라지는 게 없다고 설명했다. 기존처럼 하루 8시간을 초과한 시간을 각각 합산해 연장근로수당을 지급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형민 박상은 기자 gilel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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