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빅테크가 생성형 인공지능(AI) 챗봇의 사용 연령을 10대 미성년자로 낮추고 있다. 신기술 활용에 익숙한 어린 이용자층을 선점하려는 포석이다. 이런 전략에 대응해 미국과 유럽에선 AI 기술 및 데이터 규제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러나 이와 관련한 입법이나 가이드라인 마련 등의 국내 규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은 지난달 AI 챗봇 ‘바드’의 사용 연령 제한을 18세 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변경했다. 구글 계정 생성 조건인 13세 이상이면 바드를 사용할 수 있다. 한국의 경우에는 14세 이상이다. 오픈AI는 챗GPT 사용 가능 연령을 13세 이상으로 정했다. 단 13세 이상 18세 미만일 경우 부모 또는 법적 보호자의 동의가 있어야 사용할 수 있다.
구글은 “바드는 청소년들에게 유용한 학습 도구가 될 수 있다”면서 사용 연령을 낮춘 배경을 설명했다. 예를 들어 수학 방정식 문제를 올리면, 바드가 문제 풀이를 단계별로 설명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어느 대학에 지원하면 좋을지도 바드가 제안할 수 있다고 한다. 구글은 10대들이 바드를 통해 불법적이거나 불건전한 콘텐츠에 접근할 수 없도록 하는 일종의 ‘가드레일’ 조치도 취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빅테크 네이버의 생성형 AI 서비스 ‘클로바X’ ‘큐:’ 등의 이용 가능 연령은 19세 이상이다. 성인 인증 계정으로만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다. 다만 업계에선 네이버도 클로바X와 큐:의 베타(시험) 서비스 기간이 끝나면 사용 연령 관련 논의가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AI 사용 연령을 낮추려는 배경으로는 학습 도구로 쓰기 위한 챗봇 수요가 많다는 점이 꼽힌다. 미국 교육 정보 업체 ‘인텔리전트닷컴’이 지난 5월 대학생 1200명에게 ‘지난 학기에 학업을 위해 챗GPT를 사용한 적 있는지’에 대해 설문한 결과 30%가량이 ‘그렇다’고 응답했다.
문제는 AI 챗봇을 훈련하는 데 쓰이는 데이터의 신뢰성과 안전성에 대한 의구심이 만만치 않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 10월 AI 학습 전 관련 내용을 연방정부에 사전 보고하도록 하는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AI에 대한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유럽연합(EU)은 지난 8일(현지시간) AI 기술 및 사업자를 규제하는 ‘인공지능 법’에 합의했다. ‘범용 AI’(사람처럼 일반적인 사고 능력을 갖춘 AI) 운영 회사는 모델 훈련 방법 및 데이터에 대한 보고 의무화 등의 내용이 담겼다.
한국에선 AI 규제 법안이 표류하고 있다. ‘AI 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안’은 지난 2월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뒤 계류 중이다. 전창배 국제인공지능&윤리협회 이사장은 “부적절한 데이터를 완벽히 걸러낸 AI 서비스는 존재하지 않을 것”이라며 “법 제도로 규제되지 않는 AI 기술은 위협적이다”고 말했다. 김명주 서울여대 바른AI연구센터장은 “AI 서비스를 전 연령이 이용하려면 학습 데이터의 품질이 보장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AI의 뉴스 콘텐츠 사용에 대한 국내 규제 논의도 난항을 겪고 있다. 최근 애플은 뉴스를 AI 학습 데이터에 활용하기 위해 언론·출판사들과 5000만 달러(약 651억원)의 다년 계약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네이버와 국내 언론사는 AI 훈련에 기사를 활용한 대가를 지급해야 하는지를 놓고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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