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산이 식도로 넘어와 가슴 쓰림·신물 등의 증상을 겪는 역류성 식도염이나 위·십이지장궤양 치료에 흔히 처방되는 강력한 위산 억제 약물인 ‘양성자 펌프 억제제(PPI)’를 오랫동안 복용하면 식도·위·간·췌장암 등 위장관암 위험을 높인다는 문헌분석 결과가 나왔다.
국립암센터 국제암대학원대 명승권 대학원장 연구팀은 2018~2022년 국제학술지에 발표된 25건의 코호트(동일 집단)연구를 메타 분석한 결과 이같이 확인됐다고 25일 밝혔다. 해당 연구논문은 국제학술지(Oncology Letters) 최신호에 발표됐다.
분석 결과, PPI를 복용한 사람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교해 위장관암 위험이 2.09배 높았다. 대장암을 제외하고 위·식도·간·췌장·담낭·담관암 등 대부분의 위장관암 위험이 유의하게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복용 기간이 1년 이하인 경우 위장관암 위험은 5.23배, 복용 기간 3년까지는 1.72배 높아졌다.
PPI는 1989년 이후 역류성 식도염 같은 위식도 역류질환과 위·십이지장궤양 등 위장관질환에 가장 많이 처방되고 있다. 특히 위식도 역류질환의 겨우 4~8주간 복용하면 증상이 좋아지지만, 비만 과식 흡연 과도한 음주 커피 섭취 같은 생활습관의 개선이 없으면 재발이 잦아 PPI를 장기간 사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다.
몇 년 전부터 PPI가 위장관암 위험을 높이는 생물학적 기전이 일부 제기됐다. 명 대학원장은 “세포와 동물실험에서 PPI가 위와 십이지장에 존재하는 G세포를 자극해 ‘가스트린’이라는 호르몬 분비를 증가시키고 혈중 가스트린의 농도가 높아지면 위점막 세포에 존재하는 특정 수용체를 자극해 암 발생을 촉진하는 것으로 밝혀졌다”고 설명했다. 또 “PPI가 위장관 내 세균 집락 형성을 증가시켜 발암 가능 물질인 ‘니트로스아민’ 생성을 늘림으로써 위장관암을 발생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각에선 관찰 연구인 코호트 연구보다 더 높은 근거 수준을 제공하는 무작위 비교 임상시험을 통해 이번 결과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다만 윤리적 문제로 임상시험을 하는 데 많은 제약점이 있는 만큼, 현재로선 PPI 사용을 줄이기 위해 위식도 역류질환의 원인이 되는 생활습관 개선 노력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연구진은 “이번 연구와 관련해 해당 전문학회에서 PPI 사용에 대한 논의를 해 주길 바란다”고 주문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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