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내년 미국 대선에 출마할 자격이 없다는 판결이 콜로라도주에서 나왔다. 2021년 1월 지지자들이 의회에 난입한 사건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선동하고 적극 가담했다는 것을 처음 인정한 판결이다.
미국 언론들에 따르면 19일(현지시간) 콜로라도주 대법원은 트럼프의 내란 선동 혐의가 인정돼 콜로라도주의 공화당 대선 경선 투표용지에서 그의 이름을 제외할 것을 주 정부에 명령하는 판결을 내렸다.
주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지난달 콜로라도 덴버 지방법원 재판부가 트럼프에게 대선 출마 자격이 있다고 결정한 것을 뒤집은 것으로, 미국 각지에서 제기된 같은 내용의 소송 중 처음으로 트럼프의 출마 자격을 부정한 결정이다.
주 대법원은 “2021년 1월 6일 의회 난입 사태 당일과 그 이전에 트럼프가 보인 행동은 내란에 가담한 것으로, 법원은 의회가 특별히 지정하지 않은 사람에 대해 수정헌법 제14조 3항을 적용할 권한이 있다”고 밝혔다. 수정헌법 14조 3항은 헌법을 지지하기로 맹세한 공직자가 모반이나 반란에 가담할 경우 다시 공직을 맡지 못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 대법원은 다만 트럼프 측이 연방 대법원에 항소할 수 있도록 이번 결정의 효력을 내년 1월 4일까지 유예한다는 단서 조항을 달았다.
트럼프 변호인단은 즉각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에 트럼프의 출마 자격 여부는 연방 대법원의 최종 판단에 맡겨지게 됐다. 연방 대법원은 트럼프 행정부 시절 3명의 보수 성향 대법관이 임명돼 보수 6명, 진보 3명의 구도다. 뉴욕타임스(NYT)는 “연방 대법원은 ‘로 대 웨이드’ 사건에서 낙태 금지 판결을 내리는 등 그동안 공화당에 유리한 결정을 내려왔다”며 “트럼프 측의 항소에서도 이런 경향이 유지될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이어 “연방 대법원이 의회 난입 사태 당시 트럼프 측이 잇따라 제기한 대선 결과 무효 소송을 전부 기각한 만큼 트럼프에게 일방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트럼프는 지난 대선 때 콜로라도에서 13% 포인트 차로 패배했다. 이른바 ‘블루 스테이트’(민주당 강세지역)인 콜로라도주가 트럼프로선 차기 대선 승리에 꼭 필요하지는 않은 상황이다. NYT는 “하지만 트럼프 측은 이번 판결이 다른 주에서 제기된 비슷한 소송에도 영향을 줘 연이어 패소 판결이 나올 수도 있다는 점 때문에 패닉에 빠져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측은 미네소타와 뉴햄프셔, 미시간주 등에서 제기된 비슷한 소송에서 모두 승리한 바 있다. 트럼프 캠프 대변인 스티븐 청은 “민주당이 대법관들을 임명한 콜로라도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선거에 개입하려는 진보단체의 계략을 지지했다”며 “연방 대법원이 신속하게 이 미국적이지 않은 소송을 끝낼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밝혔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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