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회장 선출을 앞둔 포스코그룹이 19일 이사회를 열고 현직 회장의 ‘셀프 연임’ 혜택 규정을 폐지했다. 지금까지는 현직 회장이 연임 의사를 밝힐 경우 다른 후보자들보다 먼저 단독으로 심사를 받았다. 하지만 앞으로는 현직 회장도 다른 후보자들과 동등한 위치에서 함께 심사를 받게 된다. 이번 규정 변경과 더불어 최정우(사진) 포스코그룹 회장의 3연임 도전 여부도 21일을 기점으로 윤곽을 드러낼 전망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이날 서울 강남구 포스코센터에서 그룹 이사회를 열고 현직 회장의 연임 우선 심사제를 없애는 내용의 ‘CEO(회장) 선임 관련 규정’ 개정안을 의결했다.
포스코는 앞으로 현직 회장의 연임 의사 여부와 관계없이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회장 선임 절차를 시작한다. 이로 인해 기존 신임 회장 후보군 발굴을 위해 운영하던 ‘CEO 승계 카운슬’은 폐지된다. 사외이사 전원으로 구성된 ‘CEO후보 추천위원회’(후추위)가 회장 후보군 발굴 및 심사 기능을 수행하고, 외부 인사들로 꾸려진 ‘회장후보인선자문단’ 제도를 신설해 객관적 평가도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포스코가 ‘현직 회장 프리미엄’을 없애면서 재계의 이목은 최 회장의 3연임 도전 여부에 쏠리고 있다. 최 회장은 사규에 따라 내년 정기 주주총회 90일 전까지 이사회에 연임 의사 여부를 밝혀야 한다. 포스코 주주총회는 내년 3월 22일 열릴 가능성이 크다. 역산하면 최 회장은 21일까지 반드시 거취 표명을 해야 한다. 포스코홀딩스는 20일 임원 인사를 단행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1일엔 임시이사회를 열어 후추위 운영을 의결하고 본격적인 회장 인선 절차에 돌입한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힐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지만 최 회장의 측근 사이에 3연임을 종용하는 목소리가 있어 포스코 안팎에서 묘한 기류가 흐른다”고 말했다.
재계 안팎에선 최 회장이 지난 11일 포스코홀딩스 주식 700주(약 3억원 규모)를 장내 매입한 사실을 놓고 뒷말이 나온다. 사실상 3연임 도전 의사를 시사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다. 포스코 관계자는 “(최 회장이) 개인 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취득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만약 최 회장이 3연임 도전에 나선다면 2000년 민영화 이후 첫 사례가 된다. 2연임 후 임기를 채운 첫 회장이기도 하다. 앞서 유상부·이구택·정준양·권오준 전 회장은 모두 연임 이후에 임기를 마치지 못한 채 물러났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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