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 대문을 지키는 사람도 없는데 / 담을 넘어온다 // 방문을 잠그지도 않았는데 / 빠끔히 열린 창문 틈을 밀고 들어온다 // 누구 하나 감시하는 사람도 없는데 / 살금살금 이불 속으로 기어들어 와 / 잠든 가슴 위에 / 꽃 한 송이 안겨주고 // 다시 / 담을 넘어 도망간다.”
소강석 새에덴교회 목사의 신간 ‘너라는 계절이 내게 왔다(샘터사)’에 실린 ‘봄 3’가 운율에 실려 울려 퍼졌다.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세빛섬에서 진행된 ‘시인 소강석 목사 시집 출판 북 콘서트’에서다.
시인은 봄·여름·가을·겨울의 일상을 시에 담았다. 이날 세빛섬에는 계절의 변화를 품은 소 목사의 시가 연이어 낭송됐으며 중간중간 소프라노와 테너가 무대에 올라 시에 곡을 붙여 노래했다.
유난히 따뜻했던 겨울날, 비가 내리는 가운데 진행된 ‘겨울 시 낭송회’는 시간이 흐를수록 감동을 더 하는 듯 보였다. 행사장에는 새에덴교회 교인뿐 아니라 시를 사랑하는 시민 등 400여명이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시에 귀 기울였다.
북 콘서트의 하이라이트는 소 목사와 문화평론가 김종회 전 경희대 교수, 정호승 시인이 함께한 ‘시인 토크’였다. 이들이 단상에 올라 자리를 잡자 탄성과 박수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소 목사는 “시는 사랑이고 사랑은 시라고 생각한다”며 운을 뗐다. 그는 “시에 대한 전문성 유무는 중요하지 않고 오직 사랑하는 마음과 그 대상이 있다면 우리는 모두 시인이 될 수 있다”며 “인생을 살다 보면 꽃이 피었다 지고 폭풍우와 절망의 늪을 만나기도 하는데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걷는다면 그 자체가 시가 되고 노래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시집을 통해 사랑의 꽃을 피워보고 싶다”고 했다.
시집 말미에는 김 교수가 쓴 ‘춘풍추우(春風秋雨)의 시적 형상’이라는 제목의 해설이 실렸다.
이 내용을 인용한 김 교수는 “소강석은 감성의 시인이다. 그는 자연의 경물(景物)과 인간사의 비의(秘義)를 사뭇 감각적인 어투로 노래한다”면서 “어려운 어휘나 한자를 즐겨 쓰지 않고 평이하고 순후한 언어들의 조합으로 진중하고 깊이 있는 의미의 매설을 시도하는 것이 특징”이라고 평했다. 이어 “우리가 읽은 소강석의 시는 우리에게 불현듯 은혜처럼 다가온 귀중한 선물”이라며 “우리는 어느 결에 시를 읽고, 마음을 읽고 더불어 선한 영향력을 나누는 독자들의 연합으로 이렇게 지면을 통해 만난다”고 전했다.
정 시인은 “예수님이 시인이라고 늘 생각하는데 그 생각을 연장해 보면 이 사회는 하나님이 쓴 한 권의 시집이 아닐까 한다”면서 “우리 모두 시집 속에 사는 한 편의 시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고 신앙고백과도 같은 말을 꺼냈다. 정 시인은 “예수님은 늘 비유로 말씀하셨는데 그런 시적 감성을 소 목사가 잘 따랐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교수도 “소 목사의 시에는 복음이 직접 드러나지 않지만 읽다 보면 하나님의 사랑과 용서, 화해의 정신이 느껴진다”고 했다.
소 목사는 “가장 애착이 가는 시를 소개해 달라”는 김 교수의 요청에 ‘겨울 5’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첫눈이 내리면 눈물이 날 정도로 반갑고 그 눈이 쌓이면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산행을 하곤 한다”면서 “그 누구도 걷지 않은 눈길에 발자국을 남기며 걸을 때면 아무리 눈보라가 쳐도 그 눈송이가 아프지 않고 오히려 부드럽고 다정하게 느껴진다. 그런 감성을 ‘겨울 5’에 녹였다”고 설명했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을 지나 겨울’ ‘소나기 끝에 무지개’ ‘등대와 별’ 등 4부로 구성된 시집에는 모두 90편의 시가 실렸다.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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