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극단적 선택을 한 서울 상명대사범대부속초등학교 기간제 교사 오모씨가 학부모의 지속적인 협박으로 인해 정신적 고통을 받다가 학교를 그만둔 지 5개월여 만에 사망에 이른 것으로 인정됐다. 오씨는 당시 초임교사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저학년 담임을 맡아 밤낮없이 학부모 민원 업무에 시달렸던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시교육청 공익제보센터는 15일 부친 오재근(63)씨와 ‘상명대부속초 사망 기간제 교사 유가족 입장발표’ 기자간담회를 열고 “학부모의 과도한 항의와 협박성 발언으로 고인이 우울증 진단과 치료를 받다가 사망에 이른 것으로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는 부친이 지난 7월 서이초교 사건을 계기로 열린 교직단체 공동기자회견에서 “내 딸도 똑같이 죽었다”며 딸의 사망을 알리면서 시작됐다.
고인 오모씨는 지난해 3월부터 8월까지 이 학교 2학년의 기간제 담임 교사로 근무했으며, 올해 1월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했다. 사망 당시 28살이었다. 서울시교육청 자체 감사에 따르면 고인은 퇴근 후와 주말에도 학부모들의 요구와 민원을 개인 휴대전화로 일일이 응대해야 했다.
특히 고인은 지난해 6월 반 학생들 간 다툼을 학부모에게 알리는 과정에서 협박성 발언과 항의성 민원에 시달렸다. 그는 점심시간에 벌어진 일을 파악하기 위해 학생들에게 갈등 상황을 재연하게 해 영상을 찍고, 가해 학생과 피해 학생 아버지에게 보냈다.
이 과정에서 가해 학생 아버지는 고인을 향해 계속해서 “경찰에 신고하겠다”고 협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유족은 가해 학생 아버지가 “콩밥을 먹이겠다” “다시는 교단에 못 서게 하겠다” 등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고인은 재연 영상을 찍은 것을 후회했다고 한다. 고인 부친은 “딸이 주변 교사들로부터 ‘네가 잘못한 것’이라는 말을 듣고 ‘내가 (학부모에게) 무릎이라도 꿇어야하나’ 힘들어했다”고 전했다. 이밖에도 고인은 과도한 업무에 시달렸는데, 유족 측은 고인이 지난해 3월에서 6월까지 학부모로부터 1500건이 넘는 연락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서울시교육청은 학생들이 심하게 다투거나 상해를 입는 등 학교폭력 사안으로는 보이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족 측 법률대리인은 고인의 행동이 초임교사로서 밤낮 없는 학부모 민원을 홀로 감당하던 중 ‘정확히 알려야 한다’는 부담감에 벌어진 일이라고 봤다. 법무법인 생명 정진아 변호사는 “과도한 업무 부담과 민원에 시달리는 교사를 관리하는 업무시스템이 학교에 전혀 없었다”고 전했다.
고인은 이후 병가를 내고 사망 직전까지 정신병적 장애와 우울증 치료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했다. 고인의 일기장에는 지난해 12월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잖아. 봄날이 올 거야” 등 글이 적혀있었다.
고인 학교에서는 다른 선배 교사가 가해 학생 어머니에게 전화한 것 이외에는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서울시교육청은 학교와 관리자들의 법령 위반 사실을 확인하지는 못했다.
부친 오씨는 기자회견장에서 눈물을 흘리며 “지금 어려움을 겪고 계신 분들도 본인을 미워하는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보다 훨씬 적다는 것을 기억해달라”고 했다. 유족 측은 근로복지공단에 산업재해보상보험 요양급여신청서를 접수할 계획이다. 폭언, 협박한 학부모에 대해서는 형사 고발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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