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11일부터 3박5일 일정으로 네덜란드를 국빈방문한다. 한국 정상의 네덜란드 국빈방문은 1961년 수교 이후 처음이다. 이번 국빈방문에는 김건희 여사도 동행한다.
윤 대통령은 10일 공개된 AFP통신과의 서면인터뷰에서 “반도체는 한국과 네덜란드 협력관계의 중심축”이라며 “앞으로 네덜란드를 비롯해 미국, 일본 등 주요국과의 반도체 협력을 대폭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이어 “신흥 기술을 둘러싼 국가 간, 지역 간 패권 경쟁이 심화되면서 반도체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이번 네덜란드 방문에서 가장 역점을 두는 부분은 ‘반도체 협력’”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반도체가 산업, 기술, 안보 측면에서 전략자산으로 부각되면서 글로벌 공급망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며 “세계 반도체산업의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성장은 양국 모두의 핵심이익과 직결된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특히 “ASML 방문은 한국과 네덜란드의 ‘반도체 동맹’에서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12일 세계 1위 반도체 장비기업인 ASML을 방문하고 해외 정상 중 최초로 ‘클린룸’을 둘러볼 예정이다.
ASML은 세계에서 유일하게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빛을 이용해 설계 회로를 반도체 웨이퍼에 그리는 장비)를 생산한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이 장비 없이는 초정밀 반도체 생산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세계 굴지의 반도체 회사들이 ASML의 장비를 납품받으려고 몇 년씩 기다리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네덜란드 방문을 통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룰 체계적인 제도적 틀이 마련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세계 메모리반도체 공급의 약 60%를 차지한다”며 “(한국 기업들은) 국내에 세계 최대 반도체 클러스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고 AFP에 밝혔다.
윤 대통령은 13일 마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와 회담을 갖고 양국 간 ‘반도체 대화체’ 신설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계획이다. 정상회담에서는 무탄소에너지(CFE), 퀀텀(양자역학), 인공지능(AI), 스마트농업 등 첨단기술 협력 강화 방안도 논의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의 이번 네덜란드 방문에는 독립운동과 호국보훈 정신을 고취하는 의미도 담겼다. 윤 대통령은 13일 헤이그 빈넨호프에 있는 리더잘(기사의 전당), 이준 열사 기념관을 찾을 계획이다.
리더잘은 1907년 만국평화회의가 열린 곳으로 고종이 을사늑약의 부당함을 알리려 이준·이상설·이위종 특사를 파견했던 장소다. 윤 대통령은 역사적 의미를 고려, 애초 뤼터 총리와 마우리츠하위스 미술관에 가기로 한 일정을 취소하고 리더잘 방문을 선택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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