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의 최대 현안으로 꼽히는 재판 지연 문제는 법관의 업무 동력 상실, 법조일원화(법조 경력자 법관 선발 제도), ‘워라밸’(일과 삶의 균형) 문화 등이 얽히고설킨 고차방정식으로 평가된다. 문제 해결을 위해선 사법 시스템 전반을 개편하는 대공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11일 취임하는 조 대법원장은 인사청문회에서 “재판 지연 해소를 위해 법원장에게 장기 미제 사건 재판을 맡기겠다”는 구상을 밝혔다. 대법원 관계자는 10일 “사법부 고위직이 더 솔선수범해야 일선 법관들이 따를 정당성이 생긴다는 게 대법원장의 평소 소신”이라고 설명했다. 법원장이 장기 미제 사건을 맡으면 일선 재판부도 더 열심히 사건을 처리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성과 보상이 사라진 법관 인사 제도도 지연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고법 부장판사 승진제가 2020년 폐지됐고, 법원장의 경우 일선 법원 판사의 추천을 받아 대법원장이 임명하는 ‘법원장 후보 추천제’가 도입됐다. 법원 내 수평적 문화 정착에 기여했다는 평가도 있지만, 열심히 일할 동력이 줄었고 법원장도 쓴소리하기 어려운 느슨한 분위기가 조성됐다는 지적도 있다.
부장판사 출신 한 변호사는 “승진제가 좋고 나쁘고를 떠나 신속한 사건 처리에 영향을 준 측면이 있는 건 부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만 조 대법원장이 청문회에서 “20년간 일관되게 추진돼 온 것이라 (부활을) 밀어붙일 것은 아니다”고 했던 만큼 고법 부장 승진제를 당장 되살릴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인사 제도는 2013년부터 시행된 법조일원화와도 맞물려 있어 부분적 개편은 쉽지 않다. 법조일원화에 따라 현재 5년 이상 법조 경력자가 법관에 임용될 수 있고, 2029년에는 경력 10년 이상으로 늘어난다. 충분한 사회적 경험을 갖춘 이들을 법관으로 뽑겠다는 취지였지만 법관 고령화 등 부작용도 있다. 최근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도 “경력 기간 단축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안건이 78.7% 찬성으로 가결됐다. 과거에는 젊은 법관들이 야근·휴일 근무를 하며 방대한 기록을 검토하는 식으로 재판을 했지만 현 제도 아래에서는 어렵다는 것이다. 수도권의 한 부장판사는 “땜질식 처방이 아니라 법관 선발부터 인사, 재판 등 서로 맞물린 제도를 모두 펼쳐놓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 고법 부장판사는 “열심히 하는 법관이 정당한 보상을 받는 구조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대법원은 2027년 6월 정년을 맞는 조 대법원장 임기 중 정치·사회적으로 논란이 큰 사건의 최종 사법적 판단도 내리게 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건 중 공직선거법 위반, 위증교사 혐의 재판은 대법원장 임기 중 상고심에 올라올 가능성이 크다.
내년 1월 1심 선고가 예정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사법농단’ 의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물산 부당합병 의혹 사건도 임기 내 대법원 심리가 진행될 전망이다. 대법원장은 대법원 소부 판결에 관여하지 않지만 사건이 전원합의체로 회부되면 재판장을 맡는다.
양한주 이형민 기자 1wee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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