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수능”… 침울한 성적표 “학생들 속였다”… 진학지도 비상

9월 모평보다 낮아… 재수 늘어날듯
새 킬러문항에 사교육 심화 가능성

학생들이 8일 경기도 수원시 효원고등학교 교실에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성적표를 살펴보고 있다. 뉴시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성적표가 배부된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복고 3학년 교실의 분위기는 무거웠다. 성적표를 받아든 학생들은 “역대급 불수능”이라고 입을 모았다.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항) 배제’ 방침에도 사교육 의존도가 한층 높아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날 오전 9시 담임교사가 성적표를 들고 교실에 들어서자 긴장감이 흘렀다. 교사는 “이번에 불수능이라 결과가 아주 좋지는 않다. 그래도 오랜 시간 최선을 다해서 받게 된 결과니 모두 고생 많았다”고 입을 뗐다. 학생들은 결과를 확인하자마자 가방 속으로 성적표를 밀어 넣었다. 한 학생은 손으로 머리를 감싸며 “재수해야 한다”고 탄식했다. 이를 본 친구는 “한 번 더 하면 된다. 괜찮다”고 위로를 건네기도 했다. 담임교사는 연신 “왜 이렇게 분위기가 침울해졌느냐” “표정 좀 풀자”면서 학생들을 다독였다.

상당수 학생은 9월 모의평가와 비교해 수능 성적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박민준(18)군은 “전체적으로 어려워진 느낌이 강했다. 9월 모의고사와 연계율이 떨어져 새로운 시험 같았다. 수능 전까지 혼란스러웠는데 막상 풀어보니 킬러 문항은 있었다”고 했다. 의대 진학을 준비한다는 이모(18)군은 “킬러 문항 내지 말라는 정부의 보도자료까지 찾아보며 맞춰서 준비했는데 오늘부터 다시 독서실에 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수능 기조에 변동이 많았는데 이번에는 사실상 학생들을 기만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당장 진학지도에 비상이 걸렸다. 담임교사는 “성적이 떨어져 학생들이 많이 당황했다. 수시 최저 등급을 못 맞춘 학생도 나오면서 재수를 택하는 사례가 많을 것 같다. 한 명씩 상담하면서 다른 선택지가 있는지 찾아줄 계획”이라고 했다.

전문가들은 “학생들을 속인 시험”이라는 평가를 내놓았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킬러 문항이 배제되면 부담이 줄어야 하는데 학생들이 1교시부터 ‘나만 어려운 것 아니냐’는 불안에 떨었다”면서 “킬러 문항을 빼겠다는 신호를 줘놓고 결과적으로 킬러 문항이 나왔다. 킬러 문항이냐 아니냐의 문제는 어른들 싸움이지 학생으로서는 한 방 먹은 것”이라고 진단했다.

사실상 새로운 유형의 킬러 문항이 등장하면서 사교육 시장으로 학생들이 몰릴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임 대표는 “이번 수능이 킬러 문항 없이 잘 출제됐다고 한다면 어떤 과목이 됐든 매우 어렵게 준비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되는 것”이라며 “정부 전망을 믿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나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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