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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줄이겠다면서… 역대급 불수능 킬러문항만 6개”

교육부는 “배제됐다” 밝혀
교사들도 “있었다는 의견 많아”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전 청주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뉴시스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올해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킬러문항’(초고난도 문항)은 없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입시 현장의 기류는 사뭇 다르다. 수험생들은 올해 최고난도 문항인 수학 22번을 두고 ‘이게 킬러 아니면 뭐가 킬러인가’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학부모 사이에서도 ‘이렇게 어렵게 내고는 수능 사교육 보내지 말라는 것이냐’라는 비판이 나온다.

매년 킬러문항을 분석해온 교육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은 수학에서 킬러문항이 6개 나왔다고 7일 주장했다.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은 공통 15번, 미적분 28번, 교육과정 성취기준의 범위와 수준을 넘어선 문항은 확률과 통계 30번, 기하 30번 등이다. 특히 수학 공통 22번에 대해서는 “대학 과정에서 다루는 함수방정식에 준하는 부등식을 제시했다. 학생들은 주어진 조건을 해석하는 데 극도의 어려움을 겪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명백한 킬러문항이라는 주장이다.

교육부는 킬러문항은 없었다고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교육부 관계자는 “EBS 문항 분석팀과 현장 교사로 구성된 수능 평가자문위에서도 킬러문항이 배제됐다고 평가했다”며 “수학 22번의 경우 함수의 그래프 개형을 찾는 문항으로 대학 과정의 함수부등식 해석 능력이 필요 없다”고 했다.

현장 교사 의견은 킬러문항이 있었다는 쪽으로 기운다. 전국중등교사 노동조합이 수능 교과 교사 2278명에게 설문 조사해보니 응답자의 75.5%는 킬러문항이 나왔다고 답했다. 수험생 커뮤니티에서도 ‘누가 봐도 킬러문항이 있었는데 킬러문항은 빠졌다고 한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정부와 입시 현장의 간극은 모호한 킬러문항의 정의에서 비롯됐다. 애초 교육부는 킬러문항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30여년 수능 역사에서 교육과정을 벗어난 문항은 단 하나도 없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6월 킬러문항 배제 지침을 내리자 부랴부랴 킬러문항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킬러문항을 ‘공교육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항’으로 정의했다.

하지만 입시 현장에서는 여전히 최상위권과 상위권을 가르는 매우 어려운 문항을 킬러문항으로 인식하고 있다. 정답률이 킬러문항의 기준이 될 수도 있지만, 교육부와 평가원은 수학 22번 정답률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현장에선 이런 이유로 사교육 경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교육계 관계자는 “수능이 바뀌면 불안감에 사교육 의존도는 커진다. 올해 수능을 보면 곳곳에 함정이 늘었고 모든 과목에서 난도가 올랐다”며 “사교육 부담이 줄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킬러문항 배제로 어느 정도 공교육에 대한 신뢰를 회복할 계기는 됐다고 본다”며 “까다로운 문항이 나오면, 결국 공교육 내에서 나와도 또 사교육으로 갈 수 있지 않냐는 지적이 나오는데 올해 같은 문항 예시나 EBS 수능 교재 등 공교육 범위에서 대비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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