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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나마 정글 건너 美 밀입국하는 중국 하층민들

밀항선 타고 남미로 간 뒤 월경
中 경제 악화에 美 망명 급증세

지난 10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한 환승센터에서 밀입국한 중국인 커플이 버스 탑승을 기다리고 있다. AP연합뉴스

가오즈빈(39)씨는 지난 2월 24일 열세 살 딸과 함께 중국을 떠났다.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었지만 최저임금에도 못 미치는 노동일로는 입에 풀칠하기도 힘들었기 때문이다. 일단 인근 국가로 나간 후 배를 타고 태평양을 건너 남미를 통해 미국으로 가 망명을 신청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막막했다. 미국 정부의 정식 비자는 엄두도 낼 수 없었고 비행기 티켓을 살 돈도 없었다. 가진 돈을 다 털어 가까운 태국으로 간 뒤 밀항 화물선을 타고 콜롬비아에 도착했다.

‘다리엔 갭(Darien Gap)’은 중미 파나마와 남미 최북단 콜롬비아 사이 약 100㎞ 길이의 정글로, 남미 불법 이민자들이 미국으로 건너오는 통로다. 가오씨는 다른 중국인들과 함께 이곳을 지나 파나마에서 멕시코로 넘어간 뒤 미국으로 밀입국했다. 35일 동안 9개국을 거치는 험난한 여정 끝에 미국 땅을 밟은 것이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떠도는 행동 지침에 따라 미국 국경수비대에 자수해 구금된 뒤 망명을 신청해 받아들여졌다.

뉴욕타임스(NYT)는 3일(현지시간) 가오씨와 같은 저학력·저임금 중국인들의 미국 망명이 최근 들어 급속히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앞서 NBC방송도 “올해 1~9월 다리엔 갭을 통과한 난민 30만8000명 가운데 중국인이 1만5000명에 달했다”고 전했다. 이전까지 미국에 망명한 중국인 대다수는 공산당 체제에서 탄압받은 반정부 인사이거나 중국 내 재산을 정리해 이민 절차를 밟은 부자들이었다. 이들보다 학력이나 소득 수준이 낮은 중국인들이 불법 입국을 무릅쓰고 미국으로 몰려가는 것은 중국 경제가 외부에 알려진 것보다 훨씬 더 나빠지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가오씨는 NYT와의 인터뷰에서 “시진핑 정권은 중국 전체를 기아로 내몰고 있다”면서 “나는 내 가족을 보살피기 위해 필사적으로 탈출했다”고 말했다. NYT는 “중국 정부는 경제가 견실하다고 발표하고 있지만, 일자리는 급감하고 임금 수준도 크게 후퇴해 하층 서민들은 생계를 이어가기 힘들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신창호 선임기자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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