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전체

[한마당]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 출범

한승주 논설위원


파키스탄은 지난해 여름 폭우로 국토의 3분의 1 가량이 물에 잠겼다. 목숨을 잃은 이가 1000명을 넘는다. 카리브해와 남태평양 섬나라들은 해수면 상승으로 지도에서 아예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아프리카의 뿔’로 불리는 케냐 소말리아 에티오피아는 지난해 닥친 최악의 가뭄으로 2000여만명이 먹을 것이 없어 배를 곯고 있다. 파키스탄 총리는 당시 “우리가 기후 위기의 피해를 겪고 있지만, 이건 우리의 잘못 때문이 아니다”라며 국제 사회에 도움을 요청했다. 화석 연료를 펑펑 쓰면서 기후 위기를 일으킨 건 선진국들인데 정작 그 피해는 전 세계 탄소 배출의 0.4%에 불과한 파키스탄 같은 나라가 크게 입고 있다는 주장이다. 맞는 말이다.

기후로 인한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로 개발도상국 경제에서 10억 달러(약 1조3000억원)가 빠져나갈 때마다 화석 연료 회사는 거의 600억 달러의 이익을 얻었다는 유엔 보고서도 있다.

선진국이 개도국의 기후변화 피해를 보상해야 한다는 주장은 1990년대부터 나왔으나 합의는 순탄치 않았다. 누가, 언제부터 언제까지, 어떤 피해를 보상할지를 두고 지난한 책임 공방이 계속됐다. 그러다가 드디어 개도국이 금전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3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막한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이 공식 출범했기 때문이다.

의장국인 UAE는 “우리는 오늘 역사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영국 BBC도 “가난한 나라들이 기후 피해 보상을 위한 30년 싸움에서 승리했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UAE와 독일이 각각 1억 달러, 영국 5000만 달러, 미국 1750만 달러, 일본 10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했다. 온실가스 배출량 세계 13위인 한국은 세계 환경단체로부터 ‘기후 악당’으로 평가받는다. 이제는 우리 차례다. 기금 조성에 응당 해야 할 몫을 감당하자. ‘탄소 악당’과 ‘기후 리더’의 갈림길에서 우리가 가야할 길은 명확하다.

한승주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