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섣부른 경기 부양 집값만 올려… 긴축 6개월 이상 갈 것”

“물가 목표 수준까지 장기간 긴축
취약계층 재정정책으로 타깃 지원”
금통위, 기준금리 현행 3.5% 동결

이창용 한은 총재가 3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를 마친 뒤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30일 현재의 통화 긴축기조가 최소 6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물가 상승률이 내년 말 이후에나 한은의 목표 수준(2%)에 수렴할 것이라고 내다보면서다. 이 총재는 내년도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는 등 경기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역할과 관련해서도 “섣불리 부양을 하다 보면 부동산 가격만 올릴 수 있다”며 선을 그었다.

이 총재는 이날 서울 중구 한은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통화정책방향 회의 이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목표 수준(2%)으로 수렴할 것이라는 확신이 들 때까지 통화 긴축기조를 충분히, 장기간 지속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밝혔다.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현행 연 3.5%에서 동결했다. 지난 2월 이후 올해 마지막 회의까지 7차례 같은 금리를 유지한 것이다.

이 총재는 특히 긴축기조 지속 기간에 대해 기존의 ‘상당 기간’ 대신 ‘충분히 장기간’으로 바꿔 표현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6개월보다 더 걸릴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저를 뺀 6명의 금통위원 중 4명이 ‘3.75%까지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는 의견이었다”면서 지난 10월 금통위에서 금리 인하 가능성을 열어두자는 의견을 냈던 금통위원도 당시 입장을 철회했다고 덧붙였다. 시장에 ‘긴축은 끝났다’는 신호를 주지 않겠다는 메시지다.

이 총재는 국내 경제의 저성장 고착화와 가계부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위험 등과 관련해 금리 인하 필요성이 제기되는 데 대해서도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2%대 성장률이 낮다고 평가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보면 그렇지 않다”고 진단하는 한편 “지금 상황에서는 섣불리 경기를 부양하다 보면 부동산 가격만 올리거나 중장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재정이나 통화정책이 아니라 중장기적 구조조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자율이 높고 가계부채 비중이 큰 상황에서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위해서는 재정정책 등을 통해 타깃해서 도와야 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시장에선 조만간 미국의 금리 인하 사이클이 시작되면 한국도 금리를 내리기 시작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유가 급등 등 예기치 못한 변수로 물가가 예상보다 크게 치솟는 등의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내년 상반기까지 동결 기조가 이어지다 하반기쯤부터 인하가 시작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미국의 통화정책과 관련해서는 이미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끝났다는 데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위원들은 물가 상승률과 경기 둔화를 잇달아 언급하고 있다.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29일(현지시간) 웹사이트에 올린 글에서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으며, 하향 추세가 지속될 것”이라며 “앞으로 몇 개월 내 경제가 둔화할 것이고, 미국 경제의 연착륙 전망에 대해 이전보다 더 자신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줄곧 금리 인상을 요구해 온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 연은 총재도 이날 “불확실한 경제 여건에서는 경제가 예상과 다르게 변화할 수 있어 다양한 모델과 시나리오를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며 “현재의 금리 수준이 우리가 그렇게 할 수 있는 좋은 위치에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조민영 심희정 기자 my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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