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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시론] 강자가 져야 할 평화의 책무

손화철(한동대 교수·글로벌리더십학부)


한 언론사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하마스 전쟁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가”를 물으니 우리 국민의 52.2%가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의 책임으로 답했다고 한다. 지난 10월 7일 먼저 로켓포 공격을 가한 것이 하마스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하고 정당하다. 그러나 이번 전쟁에 대한 책임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오랜 갈등에 대한 책임과는 분리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군사적, 경제적, 외교적으로 비교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을 어떻게 대해 왔는지를 고려한다면 그 책임 소재에 대한 평가는 다소 달라질지도 모른다.

논란이 있는 역사 논쟁은 차치하더라도 이번 설문조사가 전쟁 발발의 책임에만 국한된 것은 아쉽다. 현재 전쟁이 계속되고 있고 양측은 전쟁 초기부터 어린아이를 비롯한 비전투 시민에 대한 공격을 서슴지 않고 있다. 축제 장소에 들이닥쳐 사람들을 죽이고 납치한 하마스는 말할 것도 없고 이스라엘군도 하마스 지도부가 숨어 있다는 이유로 가자 지역의 학교와 병원에 공습을 감행했다. 이런 상황이 한 달 넘게 지속한 형편을 고려한다면 전쟁 발발만이 아니라 전쟁을 멈출 힘이 누구에게 있는지가 더 중요하다. 물론 그 물음에 대한 현실적인 답은 명확하다. 모든 면에서 힘의 우위에 있는 이스라엘이 전쟁 종식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

선제공격을 당한 쪽에 전쟁을 멈출 책임이 있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라 생각할 수 있다. 하마스가 투항하는 것이 맞고, 불응해서 전쟁이 계속된다면 그것도 그들의 잘못이요 책임이라는 주장도 가능하다. 그러나 책임의 문제는 꼭 도덕적 잘잘못과 연결되는 것만이 아니다. 책임의 개념에는 능력이 더 큰 편이 문제 해결에 먼저 뛰어드는 것이 효과적이라는 현실적인 계산도 들어 있다. 승산이 없는 전쟁을 시작한 하마스가 투항을 결심하는 것보다 이스라엘이 철저한 방어 태세를 갖춘 후 전쟁을 중단할 능력과 가능성이 더 크다.

정확한 통계를 알 수 없지만, 팔레스타인의 민간 사상자가 이스라엘의 1200여 명보다 훨씬 더 많을 것이다. 또 봉쇄된 가자 지구의 열악한 환경 때문에 희생자가 늘어나는 것도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전쟁이 길어지면서 공격을 시작한 하마스뿐 아니라 이스라엘의 강경 대응에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난도 커지고 있다. 피해자라 해서 가해자에 대한 모든 보복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이 또한 이스라엘이 전쟁 종식을 책임져야 할 이유가 된다.

이 불행한 전쟁을 보면서 80여 년 분단 상태에 있는 한반도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도 많은 국민이 국경 근처에 살고 남북 간에 엄청난 경제적 격차와 군사적 대치가 동시에 이어지고 있다. 만약 전쟁이 일어난다면 대한민국은 재산과 안정된 삶을, 북한은 상대적으로 엄청난 인명을 잃게 될 것이다. 그런데도 북한 지도부는 계속해서 전쟁을 위협하고, 그에 대해 대한민국 정부는 대화보다 우월한 군사력과 힘의 불균형 확대가 우선이라고 주장한다.

이런 강대강 대치의 원인은 당연히 북한에 있다. 오랜 적대행위는 물론이고 최근에도 미사일을 계속 발사하며 유엔 안보리 결의와 9·19 군사합의를 저버렸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갈등을 해결하고 평화를 모색할 책임을 한국이 벗어날 순 없다. 비겁하거나 무능해서가 아니라 힘이 더 세기 때문이다.

기독교회는 현 갈등 상황에서 강한 쪽에 먼저 평화를 모색하라고 독려하고 권면하는 일에 앞장서야 한다. 쉽지 않은 일이지만, 교회가 이 사명을 기꺼이 감당해야 원인과 손해를 따지는 강자의 자리에서 내려와 가장 악하고 약한 자들과 함께할 수 있다. 그곳에 그리스도가 계신다.

손화철(한동대 교수·글로벌리더십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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