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AI 패권 경쟁 치열한데… 韓 디지털 권리장전 관심 저조

[재앙 아니면 번영, 기로에 선 AI] ① 한국형 AI는 어디로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 이후 반작용으로 AI 윤리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 그러자 미국과 중국, 유럽연합(EU) 등 세계 각국이 AI가 인류의 재앙이 되지 않기 위한 규칙 정립 경쟁에 뛰어들었다. AI 질서를 글로벌 표준으로 만드는 데 성공할 경우 자국 기업의 경쟁 우위를 지원하는 효과가 있어 ‘AI 패권경쟁’의 한 축으로 여겨진다. 윤석열정부도 디지털 시대의 질서를 확립해 글로벌 표준으로 확산시키겠다는 정책 목표를 설정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약 1년간의 준비 끝에 지난 9월 25일 ‘디지털 권리장전’을 세계 최초로 내놓았다. 디지털 권리장전을 국제표준으로 만들어 글로벌 AI 시장을 이끌겠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은 “AI와 디지털 규범 정립, 국제기구 설립을 우리 대한민국이 주도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정부의 의지와 달리 실제 디지털 권리장전은 사회적 관심에서 멀어졌다. 디지털 권리장전의 국민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의견 수렴을 하는 공론화 작업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이기 때문이다. 2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디지털 권리장전 공론화를 위해 만든 온라인 전용 공간 디지털공론장에는 디지털 권리장전 발표 직전까지 달린 수십건의 의견 외에 게시물 게재가 대부분 중단된 상태다.


디지털 권리장전은 총 6장, 28개조로 구성돼 있다. 공론장에는 디지털 권리장전 자체에 대한 의견을 게재할 수 있고, 각 조항에 대한 의견도 각각 댓글 형태로 달 수 있다. 그러나 전체 디지털 권리장전에 대한 의견은 이날 현재 0건이다. 주제별 조항에도 지난 9월 25일 이후 의견 게재가 멈췄고, 그나마 있는 의견도 정부 관계자들이 쓴 응원 메시지로 추정되는 게 전부다. 일부 의견은 과기정통부의 연구·개발(R&D) 예산 삭감을 비판하는 내용이라 디지털 권리장전과는 관련이 없다. 과기정통부는 “디지털 권리장전이 단순한 탁상공론에 그치지 않으려면 끊임없는 관심이 필요하다”고 밝혔지만 현재는 국민 관심을 높이는 데 소홀하다는 지적을 받는다.

이에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현재의 공론장은 디지털 권리장전 제정 전에 집중적으로 운영했던 곳”이라면서 “AI 저작권, 신뢰성 등 세부 이슈를 발굴해 그에 대한 공론화 작업을 별도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리뉴얼’을 앞두고 있어 일시적으로 활동이 저조했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후속 작업을 마치는 대로 내년 1분기 중 리뉴얼 공론장을 오픈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과기정통부는 장·차관 주도로 디지털 권리장전에 대한 국제적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 부처별 디지털 관련 사업이 디지털 권리장전에 부합하는지 검토해 실행계획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권리장전과 별개로 AI산업 육성 및 안정성 확보를 위한 법률은 정쟁에 밀려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른바 AI 기본법(AI산업 육성 및 신뢰 기반 조성에 관한 법률)은 지난 2월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법안소위를 통과한 후 9개월째 표류 중이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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