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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진 못하면 끝’… 경찰 줄잇는 인사청탁, 다 이유가 있다

끊이지 않는 인사 로비, 원인은

상사에 잘 보이려 줄서기·뒷돈 유혹
계급정년 피하려는 조급함도 한몫
인사권자와 접촉 과정 브로커 활개

입력 : 2023-11-30 00:02/수정 : 2023-11-30 00:02

검찰의 ‘사건 브로커’ 수사에서 촉발된 ‘경찰 인사 청탁 로비’에 경찰 내부가 술렁이고 있다. 경찰 안팎에선 상사 평가가 절대적 영향을 미치는 심사승진제도의 곪은 부분이 결국 터졌다는 반응이 나온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광주지검은 인사 청탁 의혹으로 경찰 중간간부급인 경정 2명과 경감 3명을 수사하고 있다. 최근 경감으로 퇴직한 1명도 같은 혐의로 조사 중이다. 이들의 혐의는 검찰이 사건 브로커 성모(61)씨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불거졌다. 이들은 승진 청탁 대가로 수천만원을 성씨에게 건넨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경찰이 승진을 위해 인사 청탁하는 일은 끊이지 않는다. 2021년 서울 소재 경찰서에서 경정 2명이 청와대 정책실장을 사칭한 사건 브로커에게 총경 승진을 부탁해 수사선상에 오른 바 있다. 경찰 내부에선 ‘승진하려면 결국 줄을 잘 잡거나, 뒷돈을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실망과 회의가 나온다.

경찰 승진 경로는 시험과 심사, 근속, 특진 4가지가 있다. 경위부터 계급이 시작되는 경찰대 출신은 경정까지 주로 시험 승진을 한다. 그러나 총경 승진 때부터는 시험 승진은 불가능해 심사 승진을 노려야 한다. 경찰대 출신이 아닌 일반 순경 출신은 경위 때부터 심사 승진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심사 승진은 근무평가 성적을 토대로 승진 대상자를 꾸리는데, 근무평가 성적은 상사가 좌우한다. 경찰 인사 내규를 보면 총경급 이상 간부는 경찰청장이, 경감과 경정은 각 지방청장이 인사권을 행사하게 돼 있다. 경위에서 경감까지는 서장이 추천서를 써주게 돼 있고, 순경에서 경위까지는 서장이 아예 인사권을 갖고 있다.

한 일반 순경 출신 경정은 “상사에게 잘 보여야 하는 건 ‘룰’이다. 윗분하고 한 번 틀어지거나 찍히면 (승진에서) 완전 헤매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 일선서의 한 경찰도 “같이 일한 인연이 굉장히 중요하다. 서장 인사가 먼저 나는데, 서장이 어느 경찰서로 가는지 보고 지망 경찰서를 쓰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상사들이 심사 승진을 좌우하기 때문에 인사철만 되면 인사권자에게 줄을 대기 위해 혈안이 된다는 게 일선 경찰의 전언이다. 학연·지연은 물론이고 인사권자와 친분 있는 인물을 찾아 나서는데, 이 과정에 브로커들이 개입한다. 계급정년이 있는 경찰로서는 브로커의 유혹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지난해 전국에 경정계급 경찰은 3131명이었는데, 올해 총경으로 승진해 임용된 인원은 135명에 불과했다. 적정 승진 연차에 도달한 경정이 3분의 1 수준이라고 가정해도 경쟁률이 10대 1이 넘는 셈이다.

경찰이 심사 승진을 확대하겠다고 밝힌 만큼 공정성 확보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상관의 평가가 승진에서 아예 배제될 수는 없다”면서도 “주관적 요소를 최소화하고 보다 객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방법을 여러 데이터나 자료를 바탕으로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가현 기자 hy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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