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대한감리회(기감) 파송을 받아 스리랑카에서 30년 넘게 사역하는 강기종(61) 콜롬보연합교회 목사는 후원을 받지 않는 자립선교를 지향하고 있다. 지금도 선교비의 90%를 스스로 마련한다. 처음부터 자립선교를 했던 건 아니었다.
1992년 파송 직후 강 목사도 우여곡절이 적지 않았다. 대부분의 해외 선교사처럼 후원을 바탕으로 선교했지만 파송교회의 갑작스러운 후원 중단과 선교하는 국가의 경제상황 악화로 수차례 어려움을 겪었다. 2004년 스리랑카 쓰나미 이후 현지인을 도와야겠다는 마음이 커졌다고 했다. 사역에 비즈니스를 접목하기로 한 것도 이 사건이 계기였다.
목회와 동시에 비즈니스 관련 강의를 듣고 서적을 읽으며 독학했다. 코코넛 관련 사업과 어업 등 분야에 용기를 내 도전했지만 번번이 쓴맛을 봤다. 그러다 시작한 김치 납품 사업이 순조로웠다. 반찬 판매로 사업을 확장했고 2018년에는 폐업하는 한인 식당을 저렴하게 인수해 한식당을 열었다. SNS를 통해 콜롬보 맛집으로 소문나면서 현재 바비큐 전문점의 3호점 개업을 준비하고 있다. 강 목사는 “이제는 선교 사역이 사실상 자립으로 이뤄진다”며 “후원에 기대는 비율은 10% 남짓”이라고 말했다.
강 목사처럼 ‘자립 선교’를 꿈꾸는 선교사들이 28일 서울 서대문구 아펜젤러선교센터에서 기감 자립선교회(회장 어성호 선교사) 창립총회를 열고 본격 활동에 나섰다.
어성호 회장은 “2016년부터 한국교회 해외 선교는 파송보다 철수하는 숫자가 많아지고 있다”며 “이렇게 된 데는 교회재정 감소로 해외선교 후원이 축소된 게 주원인”이라고 말했다.
선교사들은 일찌감치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재정 자립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에 나섰다. 2014년 감리교세계선교사대회에서 처음 만들어진 비즈니스분과가 이날 창립한 기감 자립선교회의 모태다. 9년간 준비 끝에 선교사 43명이 참여하는 정식 선교회로 새롭게 출발하는 것이다.
선교회는 비즈니스 선교 전략과 정책을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개발해 세계 복음화에 이바지하겠다는 각오다. 어 회장은 “선교사의 재정 자립도를 높여 감리교회가 더 많은 미전도 지역에 선교사를 보낼 수 있는 역할을 조직적으로 감당하는 기관이 되고자 한다”고 천명했다.
자립선교회 후원이사장인 박동찬 일산광림교회 목사는 “자립선교회는 향후 선교사 준비생들의 지원, 유능한 인재의 발굴 및 육성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전했다.
글·사진=손동준 기자 sd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51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