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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의 인생, 네 가지 버전으로… 선택과 우연으로 달라지는 삶

[책과 길] 4321 (전 2권)
폴 오스터 지음, 김현우 옮김
열린책들, 808쪽·744쪽, 각 2만2000원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소설가이자 수필가, 시인, 번역가, 시나리오 작가 폴 오스터가 국내에 10년 만에 새 장편소설을 출간했다.

소설은 주인공 아치 퍼거슨의 인생과 1950~60년대 미국의 정치적, 문화적 흐름이 섞이는 한 편의 대서사시다. 소설 곳곳에는 작가 자신의 삶도 녹아있다.

‘4 3 2 1’은 퍼거슨의 삶을 네 가지 버전으로 그린다. 네 개의 평행한 삶 속에서 네 명의 퍼거슨은 같은 배경을 공유한다. 1947년 3월 3일 아버지 스탠리와 어머니 로즈 사이에서 태어났고, 형들과 함께 가구 및 가전제품 판매점을 운영한다. 냉전과 케네디 암살, 인종 갈등, 흑인 인권 운동, 베트남 전쟁 등 미국의 역사적인 사건들을 실시간으로 목격한다.

같은 조건 속에 있더라도 각각의 상황에서 다른 선택을 한다면 인생은 어떻게 달라질까.

여섯 살 무렵 퍼거슨은 참나무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지는 바람에 깁스를 한다. 누워 지내던 그는 사고와 관련해 가능했던 경우의 수를 헤아려 본다. 그날 나무 위에 올라가지 않았을 수도 있었고, 집 뒷마당에 나무 자체가 없었을 수도 있다. 나무에서 떨어져 팔다리가 모두 부러질 수도 있었고, 죽을 수도 있었다.

오스터가 3년에 걸쳐 거의 매일 써내려간 이 소설은 삶과 죽음의 가능성으로 가득차 있다. ‘4 3 2 1’은 우리가 수많은 갈림길을 마주쳤을 때 자신의 선택을 믿고 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비틀거리더라도 계속 가보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소설에서 끊임없이 던지는 ‘만약’이라는 질문은 작가 자신을 향한 것이기도 하다.

책을 발표한 뒤 영국 일간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그는 “바로 이 책을 쓰기 위해 평생을 기다려 온 것만 같다”고 고백했다.

저자는 1947년 미국 뉴저지 주의 폴란드계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났고 컬럼비아대에서 문학을 전공했다. 펜포크너상, 메디치 해외 문학상, 아스투리아스 왕자상 등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했다. 2006년 미국 문예 아카데미 회원으로 선출됐다. 소설 ‘브루클린 풍자극’ ‘신탁의 밤’ ‘동행’ ‘공중 곡예사’ ‘거대한 괴물’ ‘달의 궁전’ ‘폐허의 도시’ ‘뉴욕 3부작’, 에세이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시나리오 ‘마틴 프로스트의 내면의 삶’ ‘다리 위의 블루’ 등을 썼다. 자크 뒤팽, 스테판 말라르메, 장폴 사르트르 등의 작품을 번역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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