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 칼럼 > 내일을열며

[내일을 열며] 지방 소멸과 서울 메가시티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김포시 서울 편입’이 나오더니 ‘서울 메가시티’가 등장하고, ‘수도권 재편론’도 떠오른다. 눈발처럼 금방 사라지고 말 얘기인 줄 알았는데 눈덩이로 뭉쳐지고 있다. 서울시는 고양시, 구리시, 김포시가 참여하는 ‘서울시 편입 통합연구반’을 구성하겠다고 한다. 정치권에서는 내년 총선에서 수도권 표심을 흔들 최대 이슈가 될 것이란 전망도 내놓는다. 메가시티는 인구 1000만명 이상의 초광역 연합 도시를 말한다.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전략이지만 한국에서는 주로 지방 도시들의 생존 전략이자 수도권 분산 전략으로 논의돼 왔다. 부산시나 대구시, 광주시, 대전시 등 지방 대도시를 거점으로 키우고 여기에 주변 중소도시를 연결해 산업 문화 의료 교육 교통 등에서 자족이 가능한 초광역 연합 도시를 구축하면 지방도 살 만한 곳이 되고 서울 쏠림에도 맞설 수 있다는 것이다.

마강래 중앙대 교수는 2017년 출간한 ‘지방도시 살생부’에서 한국의 지방소멸 위기를 경고하면서 “수도권과 어깨를 나란히 할 지방 대도시 몇 개를 키우는 것”을 국토균형발전의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이어 ‘지방분권이 지방을 망친다’라는 책에서 지방 대도시권과 주변 중소도시를 연결하는 초광역권 전략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이런 논의들이 모이고 지방 정부들이 호응하면서 메가시티가 추진된 것이다. 부산~울산~경남을 묶는 ‘동남권 메가시티’가 대표적이고, 광주~전남~전북을 연결하는 호남권 메가시티, 대전~세종~충청을 연합하는 충청권 메가시티도 모색돼 왔다. 그런데 지난달 김포시의 서울 편입 논의가 시작되더니 갑자기 서울 메가시티가 부상했다. 서울 집중에 대한 비판과 지방 소멸 위기감 때문에 감히 꺼내지 못했던 서울 팽창론이 김포시 편입이라는 돌발적인 계기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온 것이다. 이를 포장할 논리도 필요했으니 수도권 분산 전략이었던 메가시티를 수도권 발전 전략으로 차용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서울 메가시티에 대해 “지방 소멸 문제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방안이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도 메가시티를 하고 지방도 메가시티를 하면 좋지 않겠느냐는 뜻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서울과 지방이 제로섬 경쟁 관계에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척해선 안 된다. 서울이 커지면 그만큼 지방은 줄어든다. 지금도 서울의 구심력이 온 나라의 자원과 인구를 빨아들이면서 지방이 텅텅 비어가는 상황이다. 지방 소멸은 저출산 때문이기도 하지만 서울과 수도권으로 인구가 유출되기 때문이기도 하다.

서울 메가시티는 “지방을 살릴 마지막 카드”라고도 불리는 지방 메가시티를 무산시킬 수 있다. 이미 메가시티인 서울이 더 대형화된다면 그 구심력은 더 커질 수밖에 없고, 지방에는 메가시티를 위해 집중하고 연결할 자원조차 남아나기 어렵다. 여당 소속 지방 정치인들마저 “서울 메가시티에 앞서 지방 메가시티가 먼저”라고 주장하는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서울 메가시티는 ‘서울이 더 커져도 괜찮다는 생각을 우리 사회가 승인해도 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서울 집중과 지방 소멸이 우리 사회의 중대한 문제라는 공감대, 서울에 집중된 자원과 인구를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 보수·진보를 넘어 이어져온 국토균형발전 정책을 포기해도 되는가. 서울이 더 커져도 괜찮다는 건 균형발전을 사실상 외면하겠다는 것이다. 지방 소멸 문제 같은 건 모르겠다고 선언하는 셈이다. 서울을 더 키우는 것이 서울 사람들에게 좋을지, 서울 사람이 되면 생활이 나아질 것인지도 의문이다. 예컨대 주택이나 교통 문제가 더 악화될 가능성은 없는 것일까. 무엇보다 지방이 없는 서울이 얼마나 지속가능할까.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nj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