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기독교인인 이희은(가명)씨는 최근 유행 중인 드라마와 관련한 유튜브 콘텐츠를 보다가 깜짝 놀랐다. 콘텐츠 재생 전 나오는 광고에 한국교회 주요 교단이 이단으로 규정한 기독교복음선교회(JMS·교주 정명석) 홍보 영상이 나왔기 때문이다.
이씨는 22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사람들이 JMS에 다니는 이유가 무엇일까’라는 제목으로 자신들을 홍보하고 여신도 성폭행 혐의를 받는 교주 얼굴을 대놓고 전면에 내세워 불편했다”며 “광고 필수 시청 시간인 5초가 지나서야 재생을 멈췄지만 JMS를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광고에 현혹돼 계속 볼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단들의 공세는 온·오프라인을 넘나든다. 중앙일보는 이날 자사 지면 특별판 ‘issue&’에 두 개면을 헐어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신천지·교주 이만희)을 홍보하는 기사형 광고를 게재했다. 지난 20일 동아일보에도 같은 내용의 신천지 기사형 광고가 게재됐다.
이처럼 한국교회가 지속해서 문제 제기를 해 온 사이비·이단 종교 집단이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자신들의 실체를 감춘 채 적극적으로 이미지 홍보에 나서고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JMS 측은 지난 16일 조직 홍보만을 위한 유튜브 채널을 추가로 개설했다.
이 채널에는 이씨가 본 광고를 비롯해 10분짜리 홍보 영상도 올라가 있다. 두 영상 모두 JMS와 자신들의 교리를 홍보하면서 교주를 두둔하는 내용이 줄을 잇고 있다. 검찰은 21일 여신도 성폭행 혐의를 받고 있는 교주 정명석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문제는 이단들의 이런 유튜브 광고가 비용만 지불하면 불특정 다수에게 자유롭게 노출된다는 점이다. 또한 기독교인이 자주 보는 특정 채널을 공략해 집중적으로 노출할 수도 있다. 실제로 유튜브 광고 홍보 페이지에는 “구글 데이터를 사용해 적절한 순간에 적절한 사용자에게 광고를 게재해 실적을 끌어낼 수 있다”며 “연령, 위치, 관심 분야 등을 기준으로 가장 가치 있는 고객을 찾으라”고 홍보 메시지가 올라가 있다. 다양한 형태의 광고를 자체 알고리즘에 따라 특정 연령층·집단이 보는 콘텐츠에 노출해 준다는 의미다.
이단들의 무차별 홍보에 대한 반감도 적지 않다. 온라인상에는 이런 홍보 영상을 접한 이들의 성토 글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최근 한 네티즌은 모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린 글에서 “갑자기 JMS 광고가 나오길래 뭔가 싶었다”며 “곧바로 광고 영상을 신고했다”고 했다.
이 네티즌은 “신고 사유로 ‘교주가 여러 가지 범죄 피의사실로 조사받고 형도 살고 나오고 아직도 여러 피해자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는데 유튜브 광고는 잘못된 것 같다’고 적었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남녀노소 다 보는 유튜브가 (시청자를) 지옥 불로 인도한다” “그런 광고를 받아주다니 너무한 것 같다”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또 다른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비슷한 글을 다수 볼 수 있었다. 주로 “눈을 의심했다. 저쪽(JMS) 진짜 돈 많구나” “돈만 주면 아무 광고나 다 해주나 봐” 등의 반응이었다.
신천지는 주로 신문 광고를 활용한다. 중앙일간지뿐 아니라 지역 매체에 이르기까지 기사형 광고를 쏟아낸다. 특히 전파력이 큰 중앙일간지에는 올해에만 두세 달에 한 번꼴로 기사형 광고를 냈다. 주로 확인되지 않은 일방적 주장을 담는 게 일반적이다. 이단 전문가들은 “이들이 최근 사회적으로 논란을 일으키며 자신들을 향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자 이미지 세탁을 위해 대대적인 홍보에 나섰다”고 입을 모은다.
교단 연합 대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옥성삼 한국기독교언론포럼 사무총장은 “실체를 감춘 채 ‘이미지 메이킹’하려는 목적이 다분하지만 각 매체 경영자로서는 관련 법에 저촉되지 않는 한 앞으로도 얼마든지 광고를 게재할 수 있다는 것도 문제”라며 “한국교회가 지속해서 감독하며 이단·사이비 종교가 사회에 끼치는 안 좋은 영향력을 알려 사회의 공감대를 얻어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교인과 교회가 산발적으로 대처하기보다 교회 연합기관이나 교단이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하고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보혁 손동준 기자 bosse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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