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영국은 윤석열 대통령의 국빈방문을 계기로 안보·국방은 물론 과학기술·공급망 등 경제 분야까지 포괄적으로 협력하는 내용의 ‘다우닝가(街) 합의’(DSA·Downing Street Accord)를 채택하기로 했다. 한·영 수교 140주년을 맞아 채택되는 이 합의를 통해 양국 관계는 기존 ‘포괄적·창조적 동반자 관계’에서 ‘글로벌 전략적 동반자 관계’로 격상된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과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22일(현지시간) 한·영 정상회담을 열고 다우닝가 합의를 채택할 예정이라고 20일 밝혔다. 다우닝가 합의에는 북핵 등 한반도 문제에 대한 양국의 공동 입장이 강조되고, 우크라이나 사태와 인도·태평양, 중동지역 정세 등 글로벌 현안 대응에 대한 공동 의지가 담긴다고 대통령실은 밝혔다. 합의 명칭은 영국 총리 관저 주소인 ‘다우닝가 10번지’에서 비롯했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현지 브리핑을 통해 “다우닝가 합의는 양국이 체결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협력 문서”라며 “영국과 맺게 될 첨단기술 협력은 양국 번영의 토대임과 동시에 대한민국 기업이 마음껏 뛸 수 있는 운동장을 넓히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영 양국은 이와 함께 반도체 협력 양해각서(MOU)·방위력 협력 파트너십·방산 공동수출 MOU 등을 체결할 계획이다. 한·영 합동훈련의 확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 이행을 위한 해양 공동순찰도 추진키로 했다.
영국은 한국을 새로운 도약을 위한 동반자로 보고 각별한 외교적 노력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영국은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이후 ‘경제외교’ 체계를 가다듬고 있으며, 한국과 특별한 관계가 되기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배터리·원전·방위산업 분야를 주도하면서 영국은 한국을 공급망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나라로 인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찰스 3세 국왕이 지난 5월 즉위한 뒤 초청한 첫 국빈이다. 찰스 국왕은 지난 7일 영국의회 개원 연설인 ‘킹스 스피치’에서 윤 대통령 부부의 국빈방문을 고대한다고 직접 언급했다. 8일엔 유럽 최대 한인타운인 런던 외곽 뉴몰든 지역을 방문해 한국 문화를 체험했다.
윤 대통령은 영국 국빈방문 첫 일정으로 동포들과 만찬 간담회를 열고 “한·영 자유무역협정(FTA) 개정 협상을 다시 시작해서 공급망과 교역의 협력 기반을 더욱 공고하게 다져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양국은 사이버 안보와 방위산업 등 안보 분야의 협력체계를 새롭게 구축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1950년 북한의 불법적인 기습 남침으로 나라의 운명이 백척간두에 놓였을 때 영국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많은 8만명의 군대를 파병했고, 이 중 1000여명의 청년이 목숨을 바쳤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22일 양국 경제인 200여명과 함께 ‘한·영 비즈니스 포럼’에 참석해 반도체·바이오·5G 등 다양한 산업에서 경제협력 성과를 평가할 예정이다. 윤 대통령은 영국 왕립학회에서 개최하는 ‘한·영 최고과학자 과학기술미래포럼’에도 참석한다. 양국은 기초연구 분야 유망 연구자들이 함께 연구할 수 있도록 내년부터 3년간 총 450만 파운드(약 73억원) 규모의 공동연구 프로그램을 운영키로 했다.
런던=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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