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게이머 ‘페이커’ 이상혁(27)이 7년 만에 e스포츠 세계 정상에 등극했다. 이상혁의 소속팀 SK텔레콤 CS T1은 19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3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결승전에서 중국의 웨이보 게이밍을 3대 0으로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이날 승리로 이상혁과 T1은 2013년, 2015년과 2016년에 이어 4번째로 e스포츠 최고 권위의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이상혁은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프로게이머이자 MZ 세대의 아이콘이다. e스포츠 분야에서 10년간 독보적인 위치를 지켜온 그는 게임계의 리오넬 메시 또는 마이클 조던으로 불린다. 그가 플레이하는 게임 종목은 ‘리그 오브 레전드’다. 자신의 캐릭터를 장기 말처럼 조종하며 상대방과 맞서는 종목인데 화려한 그래픽으로 무장한 사이버 장기 게임으로 설명할 수 있다.
이상혁은 아직 20대 후반이지만 한동안 e스포츠 업계에선 그가 선수로서 황혼기를 맞았다고 여겼다. e스포츠는 20대 선수에게도 ‘노장 투혼’이라는 수식어가 생소하지 않은 독특한 종목이다. 바둑과 비슷하게 대부분의 선수가 10대 후반에 전성기를 맞고, 20대 중후반을 넘기면 기량이 쇠퇴한다고 본다. 이상혁도 마지막으로 세계 정상에 올랐던 2016년 이후로는 기량이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하지만 이번에 다시 소속팀 T1의 우승을 견인하면서 자신의 건재함을 증명했다. 2017년과 2022년 준우승에 그쳤던 설움도 깨끗하게 씻어냈다.
이상혁 혼자 이뤄낸 우승은 아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는 5인의 게이머가 한 팀을 구성해 대결하는 협동 게임이다. ‘제우스’ 최우제(19), ‘오너’ 문현준(20), ‘구마유시’ 이민형(21), ‘케리아’ 류민석(21)이 멤버였다. 특히 막내인 최우제는 결승전에서 가장 대범한 플레이를 펼쳐 우승의 일등공신이 됐다. 그는 결승전 수훈 선수로 선정되는 겹경사를 누렸다.
5년 만에 한국에서 열린 롤드컵 열기로 이날 서울 곳곳은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결승전이 펼쳐진 고척돔 주변은 T1의 로고가 새겨진 유니폼을 입은 젊은이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서울시가 e스포츠와 게임을 위한 공간으로 조성한 광화문 광장에서는 주말 내내 콘서트 등 행사와 거리 응원이 이어졌다. 광장에 마련된 5000석 규모 관람석은 경기 시작 1시간쯤 전에 가득 찼고 이보다 더 많은 팬들이 관람석 주변에서 거리 응원에 참여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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