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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첫 자궁이식 수술 성공

손병호 논설위원


저출산이 심각한 사회 문제인 시대에 생명을 빚어내는 일이 얼마나 경이로운 것인지 새삼 느끼게 해주는 소식이 들렸다. 대한이식학회가 17일 개최한 학술대회에서 국내 첫 자궁이식 수술 성공 사례가 발표됐다. 삼성서울병원 의료진이 지난 1월 선천적으로 자궁이 발달하지 않는 ‘MRKH 증후군’을 앓던 35세 A씨에게 뇌사자의 자궁을 이식해 10개월째 안정적인 상태가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A씨는 이식 후 29일 만에 월경이 있었는데, 태어나 처음 경험해본 것이라고 한다.

자궁은 장기이식법에 이식 가능한 장기로도 포함되지 않았을 정도로 이식이 어렵고 시도 자체도 드물다. 지난 9월 기준 국제 자궁이식학회 발표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자궁이식 성공 사례는 109건에 불과하다. 이번 이식도 정부와 기관생명윤리위원회(IRB) 심사 등을 거쳐 ‘임상연구’ 형태로 진행됐다. A씨는 아이를 낳고 싶은 간절함에 지난해 7월 친어머니 자궁을 기증받아 이식수술을 시도했으나 안착에 실패해 수술 2주 만에 제거했다. 그러다 1월에 44세 뇌사자의 자궁이 기증돼 수술하게 됐는데, 자궁 재이식 수술 성공은 세계 최초라고 한다.

A씨는 이제 본인 난자와 남편의 정자로 인공수정한 배아를 자궁에 착상하기 위한 시도를 하고 있다. 착상도 쉽지 않겠지만 더 나아가 이식된 자궁에서 태아가 건강하게 자라나 출산에 이르기까지 험난한 여정이 남아 있다. 하지만 출산을 포기하지 않고 두 차례나 힘든 자궁이식 수술을 견뎌낸 A씨 의지라면 충분히 아이를 품에 안는 기쁨을 누릴 수 있으리라.

헤아릴 수 없는 값진 일을 해낸 A씨와 40대 기증자, 그 가족과 의료진에 큰 박수를 보낸다. A씨가 출산에까지 성공하면 자궁 기증을 결심한 유가족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될 것 같다. 뇌사자의 몸이 새 생명을 키워내는 기적을 만들어내는 것이어서다. A씨 소식을 통해 생명은 그렇게 귀하게 오는 것이라는, 그런 생명을 절대 인위적으로 버려선 안 된다는 인식이 널리 퍼지길 바란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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