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일인 16일 오후 4시50분, 4교시 한국사 및 탐구 영역 종료가 가까워지자 서울 양천구 금옥여고 교문 앞은 자녀를 기다리는 학부모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현형남(52)씨는 고생한 딸을 위해 꽃다발을 들고 왔다. 그의 손에는 ‘한밤을 지새우며 써 내려가도 다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사랑하는 우리 딸 고생했다’는 편지가 들려 있었다.
수험생만큼이나 학부모들도 긴장된 상태로 하루를 보냈다. 박모(53)씨는 “아침에 들어갈 때 딸 표정이 안 좋았다. 하루종일 걱정하는 모습이 티가 났는지 직장에서 얼른 들어가라고 해서 바로 왔다”고 말했다. 막내딸을 기다리던 강모(52)씨도 “국어, 수학 등 교시가 끝날 때마다 어렵다고 하니까 내가 다 가슴이 떨렸다”고 전했다.
수능을 마친 수험생이 하나둘 보이자 자녀를 기다리던 부모와 지인들이 박수를 보냈다. 수험생들은 지친 기색이 역력했지만 표정에서 홀가분함도 느낄 수 있었다. 한 여학생은 교문에 서 있는 어머니를 보자마자 울음을 터뜨렸다. 어머니는 말없이 딸의 어깨를 다독이다가 함께 눈물을 훔쳤다.
대장정을 마친 수험생들은 “고생했다”며 서로 껴안기도 했다. 서울 서초구 서울고에서 시험을 치른 장민준(19)군은 “오늘은 집에 가서 가채점부터 한 뒤 쉬고, 내일은 친구들과 PC방에 가서 게임하기로 했다”며 활짝 웃었다.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 앞에서 ‘n수생’ 여자친구를 기다리던 박재민(21)씨는 “그동안 밤에만 연락하며 지내왔다”며 “함께 여행도 가고, 못했던 데이트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수험생들은 국어와 수학, 영어 모두 킬러문항은 없었다고 했다. 교과과정 중심으로 출제됐지만 9월 모의평가와 비슷하거나 어려웠다는 반응이 많았다.
올해 수능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4년 만에 노마스크로 치러졌다. 서울 시험장 곳곳에서는 선배를 응원하는 후배들의 응원전이 펼쳐졌다. 서울 용산구 용산고 교문 앞에서 만난 박경대(16)군은 “나도 곧 저 자리에 설 텐데 선배들이 교문에 들어가는 모습만 봐도 벌써 떨린다”며 열띤 응원을 펼쳤다.
수험생들이 가까스로 교문을 통과하는 아슬아슬한 장면도 있었다. 이화외고에서 시험을 치르는 한 수험생은 입실 마감시간 10분 전 순찰차를 타고 도착했다. 경찰은 “급하게 오던 중 타이어가 터졌지만 무사히 도착해 다행”이라며 시험장으로 뛰어가는 학생을 격려했다. 금옥여고 앞에선 퀵서비스 오토바이에서 내린 여학생이 울먹이며 교문으로 들어가기도 했다.
지나친 부담감에 시험 도중 호흡곤란을 호소한 수험생도 여럿 있었다. 1교시 시험이 끝난 뒤 충북 제천에서 한 남학생이 호흡곤란을 보여 병원으로 이송됐다. 쉬는 시간에 화장실을 갔다가 교실로 돌아오던 중 복도에서 쓰러진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학생은 병원에 마련된 시험장에서 남은 시험을 치렀다.
정신영 김재환 나경연 김용현 기자
GoodNews paper Ϻ(www.kmib.co.kr), , , AIн ̿
14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