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정상회담을 열고 정상급 핫라인 재개와 군사 소통 채널 복원에 합의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나는 위기가 발생하면 전화기를 들고 서로 직접 통화하자는 데 동의했다”고 밝혔다. 관계를 진전시킬 획기적인 결과물은 나오지 않았지만 양국이 압박 대신 대화를 통해 경쟁을 안정적으로 관리하자는 데 공감대를 이룬 것으로 평가된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가졌던 가장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토론이었다.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며 군사 대화 재개와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관련 합의, 인공지능(AI)에 대한 양국 전문가 대화 추진 등을 언급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군과 군의 직접 접촉을 예상하고 있다”며 “어느 쪽이든 중대한 오산은 심각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미 고위당국자는 오판 방지를 위한 양국 군사 대화 제도화를 요청했고, 중국도 이에 합의했다고 설명했다. 양국은 중국이 현재 공석인 국방부장을 새로 임명하면 국방장관 회담을 하기로 하는 등 고위급 소통을 재개하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또 “양국 마약 단속기관 간 협력이 다시 시작됐음을 발표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미 당국자는 중국 측이 펜타닐의 중국산 원료에 대해 강력히 단속할 것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백악관은 아울러 “두 정상은 정부 간 회담을 통해 첨단 AI 시스템의 위험성을 해결하고 AI의 안전성을 향상해야 할 필요성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견도 적지 않았다. 두 정상은 나머지 사안엔 자신의 견해를 그대로 설명하는 수준에 그쳤다. 특히 핵심 갈등 현안인 반도체 등 첨단기술의 대중국 수출통제와 대만 문제에 대해선 양측이 한 치도 물러서지 않았다.
시 주석은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구체적 행동을 미국에 요구했고, 바이든 대통령은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하며 대만해협 주변에서의 군사활동 자제를 촉구했다. 시 주석은 “중국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정당한 이익과 원칙적 입장, 레드라인과 마지노선이 있다”며 “미국이 고집스레 경쟁이라는 이름으로 중국을 포위·탄압하면 중국은 단호히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수호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회담에 대한 양측의 설명은 두 나라를 극한의 갈등으로 내몰았던 이슈들에 거의 진전이 없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자유롭고 개방적인 인도·태평양에 대한 지지와 함께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의 공약도 강조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이에 대해 시 주석은 “모든 이해 당사국들이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이 전했다. 두 정상은 지난해 회담 때와 마찬가지로 구체적인 합의를 다룬 공동성명을 발표하지 않았다.
워싱턴=전웅빈, 베이징=권지혜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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