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 북부 해안가에 위치한 역사적 사유지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만나 정상회담한다.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정상회담에 이어 1년 만에 재회하는 두 정상은 중국식 정원이 딸린 저택에서 함께 산책하고 점심 식사를 할 것으로 알려졌다.
백악관은 14일 미·중 정상회담 일정을 발표하면서 장소를 ‘노던 캘리포니아’라고만 밝혔지만 AP통신 등 미 언론은 회담 장소가 파일롤리 에스테이트로 정해졌다고 보도했다. 이곳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샌프란시스코에서 40㎞가량 떨어진 태평양 연안의 외딴 지역에 자리잡고 있다. 다자회의와는 별개로 미·중 양자회담에 집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1917년 개인 거주지로 지어졌고 지금은 미국의 역사적 건물을 보존하는 국가 트러스트가 소유하고 있다. 평소 결혼식이나 영화 촬영지로 개방되지만 이번 회담을 위해 3일간 폐쇄됐다.
중국과도 인연이 깊다. 이 사유지를 건축한 윌리스 폴크는 중국에서 태어나 6살까지 살았고 미국으로 이주한 뒤에도 중국의 건축 스타일과 장식을 작품에 반영했다. 정원도 중국식으로 꾸며져 있어 6년7개월 만에 미국을 찾는 시 주석에겐 친근한 장소가 될 전망이다. 2017년 4월 방미 때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통령의 별장인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회담이 진행됐다.
시 주석은 14일 오후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과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 등이 공항에 영접을 나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미·중 정상회담의 성공을 어떻게 정의하느냐는 질문을 받고 “우리는 중국과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을 시도하고 있지 않다. 우리가 하려는 건 관계를 더 좋게 바꾸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상적인 소통 경로로 복귀해 위기가 닥쳤을 때 전화를 걸어 서로 대화하고, 군 당국 간에 서로 연락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 양측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가 담겨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미국과의 경제 교류 재개를 원하는 시 주석 요구를 충족하고, 대신 군사 대화채널을 복원해 긴장을 관리하려는 의도를 분명히 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이번 회담은 갈등 관리와 경제위기 극복이라는 미·중 각자의 필요가 교집합을 이루며 가까스로 성사됐다. 다만 지난해 발리 정상회담 때처럼 공동성명 없이 각자 입장문만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관계의 획기적인 진전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두 정상이 어떤 종류의 공동성명도 발표할 계획이 없으며, 대신 각 정부가 회담에 대해 자체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번 정상회담에서 나올 수 있는 구체적인 합의는 군사 통신 재개 정도”라고 보도했다.
정상회담에 앞서 존 케리 미 기후문제특사와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특사는 지난 7월 베이징 회담과 이달 캘리포니아 서니랜드 회담 결과를 정리한 ‘기후위기 대응 협력 강화에 관한 서니랜드 성명’을 공개했다. 양측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협력하고 다른 국가들과 함께 노력하는 데 힘쓰겠다는 점을 다시 천명했다”고 밝혔다.
베이징=권지혜,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jhk@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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