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가 국회를 통과한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윤석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오는 28일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지만 그렇지 않을 시에는 헌법소원심판을 청구할 방침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49개 업종별 단체는 15일 서울 마포구 경총회관에서 ‘노동조합법 개악 규탄 및 거부권 행사 건의’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야당 주도로 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이 통과되고 산업현장에서는 공멸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졌다”면서 윤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공동성명에는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와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한국반도체산업협회, 대한석유협회, 한국철강협회, 대한건설협회 등 주요 업종별 단체가 함께했다.
경영계는 노란봉투법 시행시 당장 건설과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중후장대 업종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본다. 특히 자동차와 조선업의 경우 협력업체가 수백, 수천 개에 달해 노란봉투법으로 원청의 사용자성을 인정할 경우 협력사 노조의 교섭 요구나 파업에 모두 대응해야 한다. 안시권 대한건설협회 상근부회장은 “노란봉투법으로 원·하청 간 노사 불안, 하청노조의 교섭 요구 또는 파업으로 건설 공기가 지연되면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한다”면서 “아파트의 경우 분양가에도 반영될 수밖에 없어 국민경제 전체에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규종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 부회장도 “1차 협력사의 600여개 하청노조가 원청에 교섭을 요구하거나 파업으로 인한 인도 지연의 손해배상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하청노조와 원청 간 갈등이 커져 정상적인 생산 활동이 어려워지면 해당 중소기업과 도급계약을 끊는 식으로 원청이 강수를 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동근 경총 상근부회장은 “최악에는 중소기업이 파산하고 근로자 실직 사태로 번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경영계는 28일쯤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다만 거부권 행사가 이뤄지지 않고 개정안이 이대로 시행된다면 헌법소원 등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부회장은 “노란봉투법 2조는 모호하고 추상적인 실질적 지배력 있는 자를 사용자로 확대함으로써 명확성의 원칙과 죄형법정주의에 반한다”면서 “3조 손해배상 조항에서 기업이 불법행위를 한 조합원의 개별 책임을 입증하는 것은 민법상 불법행위 책임 원칙에도 반하고 헌법상 재산권 침해에도 위배된다”고 주장했다.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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