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쌀이 얼마나 생산되는지 예측하는 일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최근 4년간 상황이 달라졌다. 역대 최장 장마를 비롯해 예상치 못한 기후변화가 예측을 불가능한 수준으로 만들었다.
2017년만 해도 농촌진흥청에서 예측한 수치는 실측치와 다르지 않았다. 15일 농진청과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기준 10a(아르) 당 쌀 생산량은 524㎏였다. 이보다 2개월 앞선 2018년 9월 농진청이 예측한 생산량(524㎏/10a)과 정확하게 일치했다. 하지만 이 상황은 불과 1년 만에 바뀌었다. 2019년 이후 지난해까지 4년간 농진청의 예측 생산량은 실측량과 비교해 적게는 0.4%에서 많게는 5.2%까지 차이가 난다. 이 정도로 큰 차이가 벌어지다 보니 국회에서도 문제가 됐다. 이원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국정감사에서 농진청의 쌀 생산량이 실제 쌀 생산량과 다르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농진청은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새로운 재배법 등 농가의 상황을 변수로 넣었다. 품종별 발육속도 등 품종 특성과 지역별 파종·이앙기 등 재배관리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2010년부터 사용해 온 예측 모델의 함정은 쌀 품종이 뭔지, 재배 방법이 뭔지 등을 평가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최근 기후변화에 따라 농민들이 재배하는 품종이 다양해지고 재배법도 달라지면서 이 같은 기존 모델의 효용성은 낮아졌다.
올해 처음으로 새 변수를 적용한 예측시스템의 결과는 어땠을까. 통계청이 지난 14일 발표한 올해 실제 쌀 생산량은 10a당 523㎏을 기록했다. 지난 9월 농진청이 집계한 올해 쌀 생산량 관측치(517~522㎏/10a)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통계청이 실측치를 발표하기 한 달 전에 발표하는 수치(520㎏/10a)보다 근접한 예측치를 발표했다.
예측 정확도가 확연히 높아진 것이다. 쌀 생산량 예측이 정확해지면 이를 기반으로 한 정부 양곡 관리 정책 수립 정확도가 높아져 농정에 도움이 된다. 정부가 세수를 예측할 때 예측치가 정확할수록 이듬해 예산을 정확하게 편성할 수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예측 시스템은 더 개선될 전망이다. 농진청은 내년부터 CCTV를 활용해 생육 상태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가동하기로 했다. 빅데이터가 축적되는 시간을 고려할 때 이르면 2027년부터는 생산량 예측에 적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농진청 관계자는 “생육 상태 정보는 이상기후가 발생할 때 변수로 적용할 수 있을 거 같다”고 말했다.
농진청은 한편 드론을 활용한 농약 살포시 비산으로 인해 주변 환경이 오염되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기술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드론용 공기흡입형 노즐을 개발해 비산량이 살포되는 양을 줄이는 등 기술적 접근과 함께 항공 살포 농약 자체에 비산량을 줄이기 위한 화학적 연구를 진행 중이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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