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수의료 분야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의대 졸업생의 1년 인턴 기간을 폐지하고 대신 필수의료 분야에서 2년을 근무하도록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의료 현장에서는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을 높이지 않으면 결국 값싼 노동력으로 ‘땜질식 처방’을 하는 데 그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보건복지부 전공의 수련체계 개편 태스크포스(TF)에 참여 중인 복수의 위원에 따르면 지난 9일 TF에서 현행 1년인 인턴제도를 2년의 임상 수련의로 확대하는 방안이 언급된 것으로 전해졌다.
인턴은 6년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 면허를 취득한 뒤 수련병원에서 여러 진료과목을 배우는 수련의를 뜻한다. 현재는 ‘내외산소’(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청소년과)와 응급의학과, 선택과목 등을 4주씩 거쳐 1년 동안 인턴을 지내게 된다. ‘2년 임상수련의’는 이를 각각 4개월, 전체 2년으로 기간을 늘려 필수의료 공백을 막는다는 취지다.
이렇게 되면 인력이 부족한 필수의료 분야의 급한 불은 끌 수 있게 된다. 또 장기적으로는 필수의료 분야를 깊게 경험한 수련의들이 전공의 과정에서 해당 과목을 선택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기대가 깔려 있다. 동시에 의대 졸업 후 곧바로 개원하는 것을 막기 위해 2년간의 임상 수련의를 마쳐야만 개원을 허용하는 방안도 언급됐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근로조건이 열악한 인턴 기간이 늘어나는 것과 같기 때문에 필수의료 현장에 남는 의사는 없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강민구 대한전공의협의회 정책자문위원은 “근로시간 단축이나 연속근무 제한 없이 2년으로 늘린다는 건 허드렛일을 (더 길게) 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며 “필수의료 보상체계 등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필수의료 분야로)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임현택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장도 “결국 수가 인상이나 의료 분쟁 시 법적 책임 완화 등 근본적인 조치 없이 싼값에 이들을 써먹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공 중심의 도제식 교육(의국 중심) 비중이 큰 현재 수련 체계에서는 2년으로 늘어난다고 해도 제대로 된 교육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한 필수의료 담당 대학병원 교수는 “‘내 후배’라는 인식이 있어야 하나라도 더 가르쳐주는데, 소속이 없는 인턴을 누가 제대로 교육할 수 있겠나”라고 말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TF 논의에 대해 “전문가 의견 중 하나일 뿐”이라며 “정부안으로 세부적인 사항이 논의되거나 확정된 바가 전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유나 차민주 기자 spri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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