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 > 전체기사

[시론] 필수노동에 대한 투자, ‘성장동력’ 될 것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길고 힘들었던 코로나19 위기가 우리에게 남긴 것이 있다면 바로 ‘필수노동’의 가치를 일깨워준 것이다. 팬데믹 시기에도 한국사회가 멈춤 없이 유지될 수 있었던 건 그동안 눈에 띄지는 않았어도 누군가를 돌보고, 쓰레기를 치우고, 병원을 청소하고, 대중교통과 시민을 연결하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을 우리는 실감했다.

코로나19가 한창 퍼지던 시기 ‘의료진에게는 매일 마스크가 지급되는데, 청소 일을 하는 사람에게는 마스크가 일주일에 한 장밖에 지급되지 않는다’는 한 청소노동자의 말에서 출발한 것이 성동구의 ‘필수노동자 보호 및 지원에 관한 조례’다. 이 조례는 사회의 폭넓은 공감을 얻었고, 결국 ‘필수업무 지정 및 종사자 보호 지원에 관한 법률’ 제정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었다. 성동구도 조례 제정 이후 필수노동자위원회를 구성하고, 재난 시기 방역용 마스크 및 자가검사 키트, 손소독제 같은 안전용품은 물론 코로나19 및 독감백신 접종을 지원해 온 바 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성동구는 최근 관내 필수노동자 6478명을 대상으로 실태조사를 했다. 여전히 낮은 임금과 사회적 인식, 그리고 불안정한 고용 환경이 이들을 둘러싸고 있었다. 이 같은 조건들은 필수노동자가 자신의 일에 자부심을 품기 어렵게 만들고 결국 노동자의 이탈과 인력난을 부른다. 사회의 기능을 유지할 필수노동자의 이탈은 곧 시민이 제공받아야 할 공공서비스의 질 하락으로 이어진다. 필수노동자도, 시민도 삶의 질 향상과 멀어지는 악순환에 빠지는 셈이다.

“소득이 적으니까 자녀가 있어도 애들 교육을 못 시켜요. 그러니까 일하려고 하는 사람이 없어요.”(60대 남성 마을버스 기사)

우리가 만난 한 마을버스 기사의 하소연이다. 마을버스의 경우 서울의 시내버스와 임금 격차가 큰 편이라 운전기사를 구하기 어렵다. 이런 인력난을 비롯해 여러 가지 이유로 차고지에 운행할 수 있는 차량이 있음에도 마을버스를 타려면 30분을 넘게 기다려야 하는 경우도 많다.

요양보호사 등 돌봄노동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23년 5월 한국리서치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개인의 간병을 위한 국가의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89%였다. ‘간병에 대한 국가의 지원이 잘 이뤄지고 있다’는 의견은 17%에 불과했다. 간병을 비롯한 돌봄의 영역은 확장되고 필요성도 더 커지고 있다. 돌봄노동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한 것은 당연하다.

필수노동자들의 노동은 ‘아이들의 미래’를 밝혀주고 ‘어르신들의 손과 발’이 되어 주고 ‘장애인들의 일상’이며 구민들의 ‘발’ 역할을 해주고 있다. 필수노동자들에게 지급되는 정당한 노동의 대가는 ‘비용’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건강하게 만드는 ‘투자’인 것이다. 이들에게 투여하는 예산은 대한민국의 ‘성장동력’이고 우리의 미래를 밝히는 자산이 될 것이다.

성동구에서는 조례로 정한 생활임금을 기준으로 상대적으로 저임금에 해당하는 필수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연 20만원의 수당을 지원하고 마을버스 기사에게는 월 30만원을 지원하는 안을 만들어 의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의회의 승인을 얻어 내년부터 시행하고 3개년 계획안에 따라 단계적으로 지원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성동구에서는 ‘일하는 시민을 위한 성동구 조례’를 개정했다. ‘필수노동자’를 위한 법과 조례가 존재하지만 이들 법과 조례는 ‘재난 시기’로 한정되어 있다. 지금처럼 재난 시기가 아니면 필수노동자들을 지원하는 근거가 약해진다. 평상시에도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들기 위해 조례를 개정한 것이다. 성동구뿐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 고민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수집,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X 페이스북 카카오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