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전력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으로 전력 사용량이 많은 ‘뿌리기업’들도 타격을 입게 됐다. 뿌리기업은 주조·금형·소성가공·용접·열처리·표면처리 등을 하는 업종을 가리킨다. 제조업의 핵심적인 6가지 기본 공정 기술이다.
경기도 안산에서 표면처리 업체를 운영하는 설모씨는 최근 공장에 출근하는 직원 수를 크게 줄였다. 설씨는 12일 “평소 직원 20~30명이 출근하다가 최근엔 4~5명만 나오도록 하고 있다”며 “일이 줄었고, 에너지 비용 부담이 커지다 보니 돌아가면서 출근하게 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경기 침체로 간신히 버티고 있는 상황인데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쓰러지는 업체가 많이 나올 것”이라고 한숨 지었다.
경기도 김포에서 주물 업체를 운영하는 김모씨도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여 단축 조업을 하고 있다. 김씨는 “뿌리기업에 해당하는 업종들은 부가가치가 높지 않은데 이번 전기요금 인상으로 원가 부담이 크게 높아졌다”며 “경기 전반이 좋지 않으니 거래처에 납품단가 인상을 요청할 수도 없어 당하고만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경남 밀양에서 열처리 업체를 운영하는 주모씨는 “지난해부터 정부가 요금을 찔끔찔끔 올리더니 총 40%를 인상했다”며 “피로가 누적되듯 요금 부담이 쌓이면서 결국 문 닫는 업체들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전기요금을 올릴 때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에 지급하는 납품단가도 함께 올려주도록 해야 하는데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며 “지난해 겨울 6억~7억원 냈던 전기요금을 올해 10억원 넘게 내야 할 판이다. 이는 매출의 40%에 해당하는 액수”라고 말했다.
뿌리기업은 전력 사용량이 다른 업종보다 많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5만1338개 업체가 뿌리기업에 해당한다. 앞서 한전은 지난 8일 산업용 전기 중에서도 중소기업이 사용하는 ‘산업용(갑)’ 요금은 동결하면서 대용량 고객인 ‘산업용(을)’ 요금을 ㎾h당 평균 10.6원 인상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산업용(을)은 한전과 업체 간 계약 물량이 월 300㎾h 이상인 기업이 내는 요금체계다.
한전은 “산업용(을) 전기를 이용하는 업체는 전체 이용 고객의 0.2%에 불과하다”며 요금 인상 여파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다수의 뿌리기업이 산업용(을) 요금체계를 적용받는다. 중소기업중앙회 관계자는 “중소기업의 에너지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중소기업 전용 요금제 도입 등 합리적인 요금체계 개편과 에너지 고효율 기기 교체지원 확대 등 정부 차원의 다양한 지원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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